◆다섯째 계명 살인하지 말라.
인간의 생명은 신성하다. 왜냐하면 인간의 생명은 시초부터 하느님의 창조활동을 내포하는 것이며 그의 유일한 목적인 창조주와의 특별한 관계 속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만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생명의 주님이시다. 아무도,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자신이 무고한 인간을 직접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할 수 없다. (<2258>)
생명권은 생명 자체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인간의 생명은 개인이든 공권력이든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 인간 생명을 무조건적으로 존중해야 할 까닭은 신자가 아니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생명의 주님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비신자라 해도, 자신이 생명을 지어내지 않았다는 사실은 체험으로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생명은 어떠한 상황에서든지 존중되어야 한다. 인간의 생명은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하느님의 계명을 통해 보호된다. 인간의 존엄성은 무조건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그것은 인간과 사회가 각각 그리고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다양한 상황에서의 양심의 기본 원리이자 지침이다.
인간의 생명은 살인을 금하는 계명의 효력이 정지된 것 같은 한계에 자주 부딪힌다. 자살, 안락사, 낙태, 사형, 전쟁과 같은 극적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해야 할지 의문이 제기되곤 한다. 살인을 금하는 계명은 과연 절대적인 것인가?
생물 전체에 대해 특히 인간에 대해 기술이 개입할 새로운 가능성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 현대에 있어서 생명을 둘러싼 문제는 생명의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뜻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그리고 양심과 사회 속에 생명의 문화를 선양할 수 있는 훌륭한 계기가 되고 있다.
생명문제는 가톨릭 윤리의 예언자적 성격이 매우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분야임과 동시에 사회 문화적 제약을 강력하게 제시하는 분야이다. 이러한 사실은 새 교리서에서도 입증되어 새 교리서는 비록 조건부이기는 하지만 사형(<2266>이하)과 ‘정당한 전쟁’(<2309>이하)에 대한 가르침의 정당성을 재확인하고 있다.
새 교리서는 다섯째 계명의 맥락에서 이 밖에도 낙태, 태아 존중, 자발적 안락사, 자살, 건강, 과학적 실험, 장기 이식, 육체의 완전성 존중 등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위협하는 현대의 여러 상황을 언급하면서 생의윤리의 여러 문제들을 다룬다.
“출생 전 진단은 ‘태아의 생명과 완전한 상태를 존중한다면, 그리고 그를 보호하거나 개인적으로 치유하기 위한 것이라면’적법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 결과에 따라 궁극적으로 낙태의 유발을 계획할 때 윤리법을 중대하게 거스르는 것이다. 진단은 사형선고와 같은 것이어서는 안 된다”(신앙교리성 훈령 「생명의 선물」)<2274> “처분 가능한 생물학적 자료로 활용할 목적으로 태아를 생산하는 것은 부도덕한 것이다.” <2275>
“인간이나 인간 집단에 대한 의학적 또는 심리학적인 과학적 실험은 병자의 치유와 시민 보건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2292>
“인간에 대한 연구나 실험은 그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과 윤리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 피실험자의 동의가 있어도 그러한 행위는 정당화되지 않는다.”<2295>
이 대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318> “어느 동물의 목숨이 하느님의 손을 벗어날 수 있으며 어느 사람의 숨결이 주의 손을 벗어날 수 있겠는가?.” (욥 12,10)
<2319>모든 인간의 생명은 수태의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신성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바로 자기 자신 때문에 살아계시고 거룩하신 하느님의 모상이자 닮은꼴이 되도록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2320>살인은 인간의 존엄성과 창조주의 성성을 중대하게 거스르는 것이다.
<2321>살인을 금한다고 해서 부당한 공격자에게서 해칠 가능성을 뺏을 권리를 폐기하는 것은 아니다. 정당방위는 다른 사람의 생명과 공동선을 책임진 사람에게는 중대한 의무이다.
<2322> 수태 순간부터 어린이는 생명권이 있다. 직접적인, 즉 목적으로나 또는 수단으로 계획된 낙태는 윤리법을 중대하게 거스르는 ‘파렴치한’(사목헌장 27항) 행위이다. 교회는 인간의 생명을 거스르는 이 범죄를 교회법에 따른 파문벌에 처한다.
<2323>수태된 순간부터 인간으로 대우받아야 하는 태아는 다른 모든 인간과 마찬가지로 완전한 상태로 보호받고 보살핌과 치유를 받아야 한다.
<2344>그 형태와 동기가 어떻든 간에 자발적 안락사는 살인이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의 창조주이신 살아계시는 하느님 공경을 중대하게 거스르는 것이다.
<2325>자살은 의덕과 망덕과 애덕을 중대하게 거스르는 것이다. 그것은 다섯째 계명이 금하는 것이다.
<2326>작위나 부작위로 악한 표양을 일으키는 사람이 고의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유혹하여 죄를 짓게 할 때, 악한 표양은 중대한 잘못이다.
<2327>전쟁이 가져오는 악과 불의를 볼 때, 전쟁을 피하기 위해 무리 없이 가능한 모든 일을 다해야 한다. 교회는 기도드린다. “주님, 기아와 병마와 전쟁에서 구해주소서.”
<2328>교회와 인간의 이성은 무력 충돌 중의 윤리법의 항구적 유효성을 선포한다. 국제법과 그 보편적 원리들을 고의적으로 거스르는 행동들은 범죄이다.
<2329> “군비 경쟁은 인류의 막심한 상처이며 또한 가난한 사람들을 견딜 수 없도록 해치는 일이다.”(사목헌장, 81항)
<2330> “복되어라, 평화를 이룩하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들이라 일컬어지리니.” (마태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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