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를 따라다니던 사람 중에는 예수와 제자들을 시중들던 ‘열성적인 부녀자들’이 있었다(마르 15,40-41: 루카 8,1: 마태 27,55-56).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 중의 제베대오 일가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은 12사도에 끼어 있었고 12사도 중에서도 주님의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었고 그들의 어머니 살로메(마르 15, 40)도 주님을 각별히 시중들고 있었다. 살로메는 예수께서 돌아가실 때 십자가 밑에 있던 거룩한 부인들 중의 한 사람이며 전통적으로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자매관계라고 믿어져 왔다. 그러니 아들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와는 사촌형제 관계에 있다.
이들은 아버지 제베대오와 함께 갈릴래아의 어부 가족이었다가 아들 둘은 예수의 부르심을 받고 아버지와 배를 뒤에 남겨 놓고 예수를 따랐으며 (마르 1,19) 그 후 12사도 명단에서 베드로에 이어 둘째와 셋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중요 인물이다
이들은 베드로와 함께 예수의 첫 부르심에 응하고 나서 모든 것을 버리고 줄곧 주님을 따랐던 사람들이다.
예수께서는 전도여행을 시작하고 마지막 수난 때까지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이 세 제자들을 특별히 따로 불러 일을 보여 주시기로 하고 특별한 말씀을 하시기로 했다(시몬의 장모의 열병을 고칠 때, 마르 1,29: 야이로의 딸을 소생시킬 때, 마르 5,37: 올리브산에서 하느님의 용모를 보여 주실 때, 마르 9, 2와 마태 17, 2: 예루살렘 멸망을 예언할 때, 마르 13, 3: 게쎄마니산에 올라 기도할 때 마르 14,33과 마태 26,37), 그런 만큼 이들은 예수께 대한 기대도 컸다. 특히 예수께서 수난을 예고하시며 사흗날에 부활하실 것이라고 장담하실 때에 그들은 이사야서의 ‘고통 받는 종’의 최후 승리와 영광을 생각하며 주님의 나라 통치를 꿈꾸었다.
며칠 전에 베드로도 “저희가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랐으니 저희에게 무슨 상금이 있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오늘은 제베대오의 두 아들이 자기 어머니와 함께 같은 맥락의 요청을 하였다. 그들은 예수와 무척 가까운 사이였지만 그 앞에 엎드려 스승님이라고 불렀다. 유대아인들이 하느님께 요청을 드릴 때에 취하는 태도이다. “영광의 나라에서 저희들을 하나는 당신 오른편에 또 하나는 왼편에 앉게 해주십시오” 이것이 그들의 요청이었다. 십자가에 양팔을 매달려고 가는 예수께 그들은 영광스러운 나라에 앉은 예수의 양쪽에 앉기를 원하고 있다.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셨는데 이들은 예수의 영광을 바라보며 따르고 있다. 예수님은 위로부터 말씀하시는데 이들은 아래로부터 알아듣고 있다. 결국 예수께서 세 번씩이나 수난과 부활의 예고를 하셨는데 제자들은 아직 그 진의를 알아듣지 못하였던 것이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일의 성과를 욕심내는 사람은 몽상가이다. 사실 중요한 것은 일이다. 예수의 이제 할 일, 그리고 그를 따르는 자들이 할 일은 고난을 받는 일이다.
하느님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의 운명은 수난이다. 희생만이 구원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너희가 요청하는 것이 무엇인지 너희는 모르고 있구나?” 우리가 할 일은 쓴 잔을 마셔야 하고 고통 속에 빠져드는 세례를 받아야 한다. 너희가 이 잔을 마시고 고난의 세례를 받을 수 있겠느냐? 쓴 잔은 구약성서에서 고통의 상징으로 주의 종이 받아 마실 잔으로 예언되었는데(이사 51,17, 22: 애가 4, 21: 에제 23,31: 시편 75,8) 예수께서는 죽음의 잔을 가리키고 계셨다.
평소에 천둥의 아들들이라는 별명을 받은(마르 3,17) 제베대오의 두 아들은 예수를 따르는 자답게 “예, 할 수 있습니다”라고 경쾌하게 대답하였다. 이 대답에 예수께서는 적이 안심하였다.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백배의 보상을 약속하셨지만 하느님 나라에서 아버지의 오른편 왼편에 앉히는 특권은 또 다른 은혜이다. 이것은 하느님 아버지만의 처분이다. 야고보는 42년 헤로데 아그리빠 손에 순교하였고(사도 12,2) 요한은 파르모스섬에 유배되어 주님의 이름으로 온갖 고통을 당하다가 생을 마감했는데 초대교회 교부 떼르뚤리아누스에 따르면 로마 황제 도미시아누스의 명령으로 기름 가마 속에 던져져 순교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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