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이 생각할 때 부귀와 건강은 하느님의 축복이요 가난과 질병은 하느님의 징벌이었습니다. 따라서 병에 걸린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은 그 자체의 고통보다 ‘하느님의 징벌’이라는 부끄러움 때문에 더 큰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제1독서(욥 7,1∼7 참조)에서 욥은 자신의 고통스런 허망한 현실에 대해 인생을 슬프게 한탄하고 있습니다. 그는 본래 재산도 많았고 자녀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그 모든 것을 다 잃고는 알거지가 됩니다. 뿐만 아니라 욥 자신이 나병에 걸려 잿더미 위에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구약에서는 고통의 의미에 대한 해답을 전혀 제공해 주지 못 했기 때문에 욥에게 있어 인생은 실로 고역이었습니다.
과학이 발달한 오늘의 시대에도 병은 무섭습니다. 암이나 에이즈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감기에 이르기까지 의학이 정복하지 못하는 분야는 너무 많습니다. 그리고 일단 병에 걸렸다 하면 육체적인 고통은 물론 정신적인 고통도 뒤따르게 되며 또한 사회적 경제적 그리고 시간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손실을 가져오게 합니다. 옛말에 ‘우환이 도둑’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에는 ‘우환이 강도’입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회당에서 설교하신 후에 시몬 베드로의 집에 들어가셔서 베드로의 장모뿐 아니라 당신을 찾아온 온갖 병자들을 고쳐주시고 또한 마귀 들린 사람들을 모두 치유해 주시는 예수님의 능력을 만나게 됩니다. 여기서 병이 낫고 마귀가 쫓겨난다는 것은 메시아가 보여주는 하나의 징표로서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은 열광을 하게 됩니다.
옛날 사람들이 생각할 때 세상은 마귀의 지배하에 있다고 믿었습니다. 다시 말해 병이 들었다 하는 것은 마귀가 그 사람 안에 들어가서 훼방을 놓고 장난을 친다고 믿었습니다. 인간은 그래서 마귀의 위력 앞에 속수무책이었으며 단지 그들이 기다렸던 메시아가 오면 마귀의 모든 세력이 꺾여서 새로운 세계가 전개된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인생의 새 지평선을 활짝 열어 주셨습니다. 육체적인 질병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질병, 혹은 자기 죄로 인해서 지옥에 갇혔던 인생들에 이르기까지도 예수님은 새 세상을 열어 주셨습니다.
어떤 형제가 간질병을 남모르게 가지고 있었는데 병으로 인해서 그 인생이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우울증으로 비관하면서 고통을 겪다가 나중엔 과격한 행동으로 폭력을 휘두르게 되어 주위의 사람들을 자주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무도 그를 도울 수가 없었습니다. 본인도 자신의 문제를 잘 알고 있었으나 병에 마음이 묶여진 그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신앙을 통해서 예수님을 믿고 나서는 새 인생을 걸어갈 수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 형제가 그랬습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라는데 자신만이 몹쓸 병을 앓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이 컸고 세상이 저주스러웠으나 예수님의 고난과 성모님의 통고를 알고 나서는 하느님께서 자신을 진실로 사랑해 주시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고통을 축복으로 받아들이자 그는 실로 축복 받는 인생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현대에도 치유의 기적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인생은 절대로 고역이 아닙니다. 불행의 대명사였던 고통은 이제 더 이상 불행이 아니며 오히려 축복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징검다리로서 그 자체가 하느님의 크신 사랑입니다. 예수님 친히 그 속으로 들어가셨다는 것은 죽음 그 자체도 새 세상을 여는 관문이 된다는 것을 스스로의 부활로써 가르쳐 주십니다. 따라서 예수님은 모든 사람에게 새 세상을 열어 주셨습니다. 그것은 질병뿐만이 아닙니다.
마음이 병들고 생활이 부패된 사람들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죄의 악습에서 여전히 뉘우칠 줄을 모르고 헛되게 살아가는 가련한 인생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도 예수님을 찾아 나서면 모든 것을 용서 받고 치유 받게 됩니다. 아니, 예수님은 그들을 애정으로 항상 찾아 나서십니다. 길 잃은 양들을 찾아 나서시는 것이 그분의 임무입니다. 그래서 병자나 죄인들은 예수님의 사랑의 대상들입니다. 다만 그분은 우리도 당신을 찾아주기를 원하십니다.
세상에 용서 받지 못할 죄가 없으며 또한 치유되지 못할 병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은총과 능력은 그보다 훨씬 크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힘들고 어려울 때 예수님께 나가도록 합시다. 슬프고 괴로울 때 그분 앞에 나아가 진실을 말씀 드리도록 합시다. 그러면 주께서 여러분을 놀라운 은총으로 채워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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