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사(대표 김신혁)가 한국일보 주최 제34회 출판문학상 제작상을 수상했다.
근 20여년을 철학 서적만을 출판해 한국 철학 발전에 일조해온 서광사 대표 김신혁(야고보‧50세)씨는 “철학이 좋고, 그 중요성에 비해 남들이 하지 않는 철학서적을 만들다 보니 이런 상을 받게 된 것 같다”고 전제하고 “전체적인 철학의 발전을 위해 미진하나마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한 저작물을 대상으로 수상해왔던 한국 출판문학상 제작상이 올해부터 한 해 동안 의미 있는 출판물을 발간해 공헌한 출판사에 수여하기로 방향을 바꾼 후, 첫 영예를 안게 된 서광사는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철학서적을 꾸준히 펴내왔다.
잘 팔리지 않는 책, 그래서 남들이 출판하기를 꺼려하는 철학 서적만을 고집스럽게 펴낸 서광사는 74년 설립된 후 지금까지 2백30여종의 철학책을 출판했고, 93년 한 해만 24종의 철학책을 발간했다.
베스트셀러(?)만을 출판하고자 바라는 우리나라 출판업계에서 수도자가 세속을 떠나고 행하는 것과 같이 외길을 걸어온 서광사는 이런 면에서 독자와 학계에 믿음을 주어왔다.
“그동안 적자에 시달리면서 잘 팔리는 책을 만들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기도 여러 번이었다”고 회상하는 김신혁씨는 “불황 속에서도 93년 예상 밖으로 호황을 맞았다”며 기뻐했다.
전체적인 불황 속에서도 서광사가 흑자를 본 것은 김신혁씨의 남다른 경영 철학 때문이다. 서광사 모든 필진들과 상의한 끝에 과감히 인지를 빼버렸고, 인세도 서양처럼 후불로 전환한 것이 주요했다. 김신혁씨는 “인지를 없애면 책의 신용 등에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서광사가 그렇게 한 것은 그동안 쌓아온 신용에 대해 자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죽을 때까지 철학 서적만을 출판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김신혁씨는 “철학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철학빌딩을 꾸미는 것이 꿈 평생의 꿈”이라고 겸손하면서도 고집스런 그의 모습에 그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이 스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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