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국악의 해」로 설정한 것은 단순한 옛 것을 보존하고 답습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 음악을 오늘의 새 시대에 맞게 재구성하고 조정함으로써 세계적이면서도 우리만의 음악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일 것이다. 우리 교회 안에서도「국악성가」나「교회 음악의 토착화」를 흔히들 말한다. 그렇지만 교회 음악의 토착화가 현재 어디까지 와 있으며 어떤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교회 음악 토착화를 염두에 두고 우리 교회 음악의 실정과 문제점, 앞으로의 전망들을 수차에 걸쳐 살펴본다.
『맨몸으로 뛴다』
오늘 교회 음악의 현실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좋은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좋은 악보에서부터 악기, 재능있는 지도교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는데도 불문하고 아무 것도 없이 움직이고 있는 우리 교회 음악의 현실을 꼬집고 있다.
이 같은 가톨릭 교회의 음악 현실을 많은 교회 음악 전문가들은 개신교와 비교하곤 한다.
수천 명에 다다르는 교회 음악가들이 왕성한 창작활동을 통해 내놓는 성가들을 선별하고 부르는 개신교의 음악 수준에 비하면 교회 음악 작곡가도 드물고 그만큼 창작활동도 적은 가톨릭 교회의 음악은 풍성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음악 전문인에 대한 인식을 전혀 달리한 개신교의 경우 재능 있는 음악가들을 전문인으로 대우해 줌으로써 그 활동의 폭을 넓혀주는 데 반해 가톨릭 교회에서는「봉사」라는 개념을 강조함으로써 재능 있는 음악가들이 개신교 쪽으로 자리를 옮겨 활동하고 있다. 모든 교회 음악 관계자들이 교회 안에서 전문 음악인의 인력난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교회 음악 전문가들은『교회 음악에 대한 중요성을 교회 구성원들이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러한 빈약한 가톨릭 교회 음악 풍토를 만들게 됐다』고 지적한다.
교회 음악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 112항에서도 지적되듯이『성대한 전례의 필요하고도 불가결한 구성 요소를 이루는』 본질적인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평신도는 물론 성직자 수도자까지도『성가대의 존재 유무조차 미사 전례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마치 교회 음악을 장식처럼 생각하는 데 큰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회 음악에 대한 중요성의 부재는 특히 교회 안에서 활동하는 전문 음악인에게도 영향을 미침으로써「전문음악인」에 대한 개념이나 그 필요성도 모호하게 만들어버렸다.「전문인」이 아니더라도「누구나 할 수 있는 것」쯤으로 교회 음악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병철 교수(성심여대 음악과)는『전문인은 이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면서『교회가 누구나 교회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전문인에 대한 투자나 재정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교회 음악은 아마추어들의 취미활동으로 인식돼 점점 퇴보할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최근 교회 음악의 질적 향상을 위해 음악 전문인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 지원과 대우를 실시하고 있는 단체가 생겨나고 있기도 하다.
서울 명동본당 성음악 감독인 백남용 신부가 종교음악진흥원을 설립, 회원들의 회비를 통해 가톨릭 실내악단을 유료로 운영하고 있으며 또 가톨릭을 대표한 합창단으로써 육성키 위해「가톨릭 합창단」에 유료단원을 두고 있다.
백남용 신부는『척박한 교회 음악의 풍토를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기관 안의 종교음악과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신교의 경우 아주 작은 신학대학이라도 종교음악과를 두고 연구와 창작을 실시하는 반면 가톨릭 교회의 경우 효성여대 한 곳에만 종교음악과가 있을 뿐이며 각 신학교에서도 그저 교양과목 정도로 공부, 인재 양성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각 신학대학뿐만 아니라 가톨릭 대학교와 성심여대가 통합, 개교하면 종교음악과를 설치해 능력 있는 교회 안의 전문 음악인들로 교수진을 구성해 교회 음악의 발전 방향을 서로 논의하고 또 교회 음악의 토착화를 연구할 연구소를 설치할 뿐 만 아니라 교회 음악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함으로써 교회 음악의 새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 백 신부는『이러한 종교 음악과의 설치는 종교 음악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 재고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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