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장애를 가진 남기용씨(요셉·대구 대명본당·40세)와 부인 백말순씨(안나·34세)를 가리켜 주위에선 ‘모범적인 잉꼬부부’라고 한다. 장애를 가진 불편한 몸으로 주일미사에 꼬박 참례하며 항상 밝은 얼굴을 하고 있는 남씨와 본당 레지오 마리애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남편의 장애를 내조하는 부인 백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결혼한 지 3년. 둘째 아이의 돌을 지내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오던 남씨에게 1985년 5월 3일은 잊지 못할 날이 된다. 전기 공사를 맡아야 하는 전업사 직원이었던 남씨는 높이 16m의 전주에서 작업을 마치고 내려오던 중 고압 전류에 감전이 돼 의식을 잃어버렸다. 가톨릭병원에서 18개월 동안 입원 치료를 받는 동안 다섯 번의 수술을 해야 했던 남씨는 그때의 심정을 떠올리며 “사고를 당하고 깨어났을 때는 죽고 싶은 생각뿐이었고 모든 것을 포기 자살 기도를 수차례나 했었다”고 회고했다.
사고 이후 산업재해보험 혜택으로 받은 1천8백만 원으로 남씨는 현재의 집을 구하게 되었는데 그 집은 무엇보다 현실로 다가온 장래를 인정하고 남은 삶을 준비하고자 했단 남씨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가족이 쓰는 방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세를 놓아 그 수입으로 지금까지 생활을 연명해오고 있는 남씨 부부는 고정 수입원인 방세를 가지고 병원비 생활비 자녀 학비 등으로 사용하는 처지라 늘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월 2회 정도 치료를 위해 사고 때 수술을 받았던 병원에 다니고 있는데 사고를 당한 후 만약 이 집이라도 장만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빈털터리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남씨는 말한다.
하반신 마비로 8년간 누워서 생활한 까닭에 욕창 등으로 고생해온 남씨의 현재 희망은 염증이 생겨 소변 처리에 곤란을 겪고 있는 방광염 치료이다. 그러나 수술을 하려 해도 산재보험 처리가 안 돼 약 6~7백만 원의 비용이 든다는 것과 수술을 하면 완치 가능하다는 병원 측의 말이 남씨의 마음 한구석에 희망과 안타까움이 자리 잡고 있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태.
남씨보다 더 고생을 하며 뒷바라지를 해온 부인 백안나씨는 남편의 손과 발이 되어 24시간 항상 그의 곁을 지켜주고 있는데 매주 빠지지 않고 나가는 주일미사도 부인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남씨가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믿음이 싹트고 긍정적인 사고와 밝은 마음씨를 갖게 된 것도 사고를 당한 뒤 병원에 다니면서 남편보다 먼저 원목수녀에게 교리 공부를 배운 부인 안나씨의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본당에서 레지오 마리애 활동에 열심이면서도 남편 수발을 거르지 않는 부인의 소망은 남편의 수술과 아이(1남 1녀)들이 밝게 커가는 것이다.
부인의 내조에 힘입어 통신교리를 배워 85년 부활절에 부인과 함께 세례를 받은 남씨는 “아빠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교육하고 있고 아이들도 그 뜻을 따라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 주님께서 주신 은총이라 생각한다”고 미소 지으며 말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소개한다는 게 왠지 부끄럽다는 남씨는 하루 빨리 수술을 받아 자신에게 베풀어준 이웃들의 은혜에 보답하고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뜻을 밝혔다. 남씨는 현재 40여명의 장애인들의 모임인 대구 척수장애인 복지회(영글회) 회장을 맡고 있다.
※연락처=대구시 남구 대명5동 323-1번지 전화(053)62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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