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흐르듯 흘러가는 것이 질서의 근본. 그래서 물의 흐름을 막거나 물꼬를 흩뜨리는 경우를 두고 무질서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때로는 분개한다.
그러나 어느새 파고든 무질서에 익숙해진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무질서를 자아내는 공범으로 전락, 사회 전체의 공적인 무질서를 자행할 때가 많다. 신자 비신자의 구분도 없고 나이나 학식의 차이도 없다. 이런 생활 속에 젖어있는 무질서의 대표적인 예로 열차표나 고속버스표 극장표 관공서의 급행료 등을 꼽을 수 있다. 심지어 귀가길 택시도 웃돈을 얹어 준다는 표시가 있어야 손님 앞에 차를 댈 정도다.
서울 남산을 돌아 나오던 어느 택시 기사는 국민학교 저학년의 손님으로부터 길 가장자리에서 두 손가락을 펼쳐들고 ‘따블따블’하는 소리에 왠지 가슴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주말 극장 앞이나 기차역, 고속버스터미널은 아예 암표상이 전을 폈다고 할 정도로 곳곳에서 요금의 몇 배 이상을 요구하며 손님을 끌고 있다.
나 자신부터 먼저 차례를 지키는 질서의식을 가짐으로써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웃돈 거래를 막아야 한다. 잘못된 관행이 치유 불능의 상태에 도달하기 전에 뿌리를 근절해야 한다. 우리가 먼저 신자다운 양심을 발휘, 질서 파괴의 주범인 웃돈 거래를 치유하는 페니실린 같은 사회 속의 보배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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