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이는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헛되지 않게 하려는 것이었습니다”(1코린 1,17)(84~1백17항)

새 회칙의 제3장은 앞의 두 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그리스도 중심적이며 교회적인 신학적 내용을 담고 있는 사목적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장은 윤리적 선에 대한, 특히 자유와 진리의 관계에 대한 교회의 사목적 사명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교회의 사명은 복음화이다. 세속주의의 영향 아래 비그리스도교적 문화가 형성되어 신앙과 생활이 분리되고 복음에 바탕을 둔 윤리의식이 쇠퇴되어 주관주의, 상대주의, 공리주의가 만연되어 있는 현대의 사회 문화 상황에서 그 열정과 그 방법과 그 표현에 있어서 새로운 복음화가 긴급히 요청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교신앙의 진면목과 아울러 떼어놓을 수 없는 그 윤리적 내용을 재발견하여 다시 제시해야 한다. 사실 신앙은 "단지 지적으로 동의하여 받아들일 일단의 명제들이 아니다. 그것은 그리스도께 대한 생활화된 지식이요 그분의 계명에 대한 살아있는 기억이며 생활로 실천해야 할 진리이다." (88항)

새 회칙은 이러한 의미에서 새로운 복음화는 특히 거룩한 생활을 통한 윤리적 선포이며 제안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교회의 사명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명에서 나오는 것이며, 사목의 이러한 그리스도 중심성으로 말미암아 "교회는 윤리문제에 대한 참되고 결정적인 해답은 오로지 그리스도께만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지칠 줄 모르는 사랑으로 매일 그분을 바라본다." (85항)

복음화 사명 안에서 교회는 "모든 사람의 인격적 존엄성의 강제적 요구, 즉 본질적 악행을 예외 없이 금지하는 윤리 규범의 보호를 받는 그러한 요구에 대한 무조건적 존중"(90항)을 가르친다. 그러한 무조건적 존중 속에 "신앙과 윤리의 관계가 찬란히 빛나는 것이다". (90항) 새 회칙은 특히 그리스도교적 순교는 특정 행동을 금지하는 예외 없이 유효한 윤리 규범의 존재를 부인하는 ‘목적론적’, ‘결과주의적’, ‘비례주의적’ 윤리 이론들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매우 감동적으로 확인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윤리 규범의 보편성과 불변성은 인간의 인격적 존엄성과 신성 불가침성을 드러내고 보호하는 데 이바지하는 만큼 순교는 하느님과 그분의 법의 거룩함을 고백하는 것이다.

순교는 또한 교회의 성성의 뚜렷한 표지이기도 하다. 하느님의 거룩한 법을 목숨을 바쳐 지킴은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교회도 인간을 해치는 가장 위험한 위기, 즉 선과 악의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데 각별한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윤리적 진리에 대한 증거는 순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가장 평범한 상황에서라도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비록 고통과 중대한 희생을 치르게 되더라도 매일 일관된 증거를 언제든 할 수 있어야 한다."(93항)

윤리적 선을 존중하고 보편적이고 불변적인 규범들을 수호하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그리고 모든 사람의 진정한 자유에 도움이 된다.

진리를 벗어나거나 거슬러서는 자유가 있을 수 없다.

"이러한 규범들은 정의롭고 평화로운 인간 공존의, 따라서 진정한 민주주의의 단단한 기초이며 확고한 보증이다. 민주주의는 공통의 권리와 의무를 지닌 모든 구성원들의 평등성을 기초로 할 때 비로소 존재하고 발전할 수 있다. 본질적 악을 금지하는 윤리 규범 앞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어떠한 특권이나 예외도 있을 수 없다…. 윤리성의 요구 앞에서는 우리는 모두 절대적으로 평등하다."(96항)

이에 윤리 규범들이 의미를 지니고 개인적임과 동시에 사회적인 힘을 개발하게 되며(97항), 따라서 정의, 연대, 정직과 청렴을 보장할 수 있는 개인적이며 사회적인 쇄신을 이룩할 수 있는 것이다. 새 회칙은 사회 문제는 결국 문화 문제이며, 그 핵심에는 윤리의식이 자리하고 있고 그것은 결국 신앙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실천에 옮겨진다는 점(98항)을 지적한다. 자유 사회의 건설은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진리에, 즉 윤리법의 준수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오직 이러한 진리 위에서만 쇄신된 사회를 건설하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복잡하고 힘든 문제들, 무엇보다 다양한 형태의 전체주의를 극복하는 문제를 해결하여 인간의 진정한 자유에의 길을 열 수 있게 된다."(99항)

이 점은 경제 분야(100항)에서나 정치 분야(101항)에서나 즉각적으로 적용된다.

복음화를 수행할 임무, 신앙생활을 증거할 임무, 따라서 윤리적 선을 수호하고 증진시킬 임무의 책임 있는 주체는 교회 전체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새 회칙 ‘진리의 광채’는 윤리신학자들(109~113항)과 목자들(114~117항)의 질적으로 다르지만 서로 보완적인 임무를 다룬다.

새 회칙은 신학자의 소명은 전형적으로 교회적인 소명임을 재확인하면서 ‘이견’은 대의 민주주의와 같은 순한 사회학적 기준이 아니라 올바른 신학적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것은"교회적 친교와 하느님 백성의 교계적 구조의 올바른 이해를 거스른 것이다. 교회 목자들의 가르침을 반대하는 것은 그리스도교적 자유이든 성령의 은사의 다양성이든 그 어느 것의 정당한 표현으로도 인정될 수 없다"(113항).

이에 교황은 결론적으로 전 세계 주교들에게"이 윤리적 가르침이 충실히 전달되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이에 어긋나는 어떠한 교리나 이론으로 부터도 신자들을 보호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116항)을 전 세계 주교들에게 요청한다.

결론(118~120항)

새 회칙의 결론에서 교황은 자비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신자들과 선의의 사람들의 윤리 생활과 윤리학자들의 연구를 의탁한다. 성모님께서는 "윤리 생활의 빛나는 표지이요 매력 넘치는 모범이시다"(120항). 성 암브로시오의 말과 같이"그분의 생활은 모든 이를 위한 가르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