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유대아인들의 지도층에서 당신께 대한 음모가 극에 달한 사정을 아시고 잠시 피신하시려고 결정하셨다. 그것은 하느님의 계획이 성취될 시각을 기다리기 위한 것이었고 그 동안 쓸데없이 적대자들을 더 이상 자극하여 하느님의 계획을 망가뜨리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성도 예루살렘길을 거슬러 한적한 시골길을 택하셨다.
예수께서 물러가신 곳은 예루살렘 북동쪽으로 오륙 리쯤 떨어진 곳 광야 지방이었고 여기에는 에프라임이라고 불리는 아주 작은 동네가 있었다. 이곳은 예리고 평야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지로서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피신하여 사람들의 시달림을 받지 않고, 곧 다가올 큰 일을 준비하고 계셨다.
이번 피신은 지난 번 피신(요한 10,40. 대목 210 참조)과 어느 면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 지난번 피신 때도 예수의 정체성 문제로 유대아인들과 논쟁을 벌이다가 “나는 하느님 아버지와 하나이다”라고 선언하신 것이 빌미가 되어 그들의 살기등등한 미움을 샀고 그로 인하여 요르단강 건너편, 요한에게서 세례를 받던 곳으로 피신하였다. 이번에도 광야 산지로 피신하셨는데 이곳은 아마도 복음 전파 생활을 시작하는 시발점이던 40일간의 시련을 겪으신 그 광야인 듯싶다. 그러니까 예수께서는 복음 전파 생활을 시작할 때 세례를 받던 장소와 40일 동안 악마와 싸우던 광야를 복음 전파 생활을 마감하려는 이 중요한 때에 다시 찾은 셈이 되는 것이다. 그동안 고락을 같이 하며 예수를 스승으로 모시고 줄곧 따라다니던 제자들도 마지막 위기의 순간까지 주님 곁을 떠나지 않고 같이 머물러 있었다.
예수께서 시골에 머물러 계시는 동안 시골에서는 사람들이 성도 예루살렘을 향하여 떼지어 올라가고 있었다. 얼마 있지 않아서 유대아인들의 대명절인 과월절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올라간다’는 말은 예루살렘 성도 순례 여행을 지칭하는 말로 과월절은 무교절이라고도 불리면서 오순절, 장막절과 함께 3대 순례의 축제로 불린다. 이때에 그들은 미리 성도 예루살렘에 올라가 부정탄 사실에 대한 정결예식을 행했다(민수 9,6-12). 요한 복음서에서 예수의 일생과 관련하여 과월절이 나오는 것은 세 번으로 첫 번째는 예수의 공생활 시초이고(요한 2,15) 두 번째는 공생활 중간쯤이며(요한 6,4), 이번이 세 번째인데 공생활 마지막을 장식하는 괴월절이다.
요한은 이 과월절을 두 번은 ‘유대아인들의 과월절’이라고 부르고, 한 번은 ‘유대아인들의 명절인 과월절’이라고 부르는데 이 명절을 이렇게 부르는 것은 첫째로는 유대아인들을 예수와 교회의 적대자로 설정하기 위한 것이고 둘째로는 요한교회시대에 교회가 과월절 대신 예수의 부활절로 대치시킨 것을 일깨워주기 위한 것이었다. 하여튼 지방 사람들은 과월절이 되면 약 7일 전에 성전에 올라가 그동안 이교도들과의 접촉에서 율법의 금기를 어기고 부정한 것을 종교적으로 깨끗이 씻는 정결예식을 행하는 종교적 열성을 발휘하였다. 이 예식은 성전에서 행해졌는데 성전은 회합과 토론이 벌어지는 공공장소이기도 하였다.
이번의 주 관심사는 예수가 이번 축제에 또 나타날 것인가였다. 이것은 예수에 관한 문제가 이미 일반적으로 여론화되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대아인들 중 어떤 사람은 예수에 대하여 호의적이어서 그분이 이번 축제에서 또 신기한 언행을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그를 기다렸고 예수께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있던 유대아인들은 그가 성전에 나타났다가 잡혀가는 꼴을 보기 위한 것이었다. 사실 그들의 지도자들은 예수의 체포령을 이미 내려둔 상태였고 누구든지 그의 거처를 고발하여야 한다는 명령을 내려둔 상태였다.
사실 그들은 이미 수차 예수를 잡으려고 하였지만 사람들의 눈이 무서워 붙잡지를 못하고 있었다(요한 7,30.32.44:8,20: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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