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한국 출판문학상 번역상은 환경오염에 경종을 울린 마르틴 하이데거의 「기술과 전향」(서광사)을 번역한 한국외국어대학 철학과 이기상(루카‧47세) 교수가 수상했다.
“제1차 학술 문헌에 대한 번역서가 학자들의 연구 성과로 평가되지 않는 우리나라 학계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전제한 이기상 교수는 “이번 나의 수상이 번역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번역이 학술활동의 업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번역은 곧 한 문헌에 대한 재해석이다. 어쩌면 창작보다도 제대로 된 번역이 더욱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번역을 잘못하면 ‘반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번역의 중요성을 감안, 이기상 교수가 번역한 「기술과 전향」은 그리스 문학부터 쓰이고 있는 언어의 틀을 거부하고 인간의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는 언어를 주장한 후기 하이데거 저서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번역했다는 평을 듣는다. 학술 용어라기보다 어쩌면 시어에 가까운 하이데거의 철학 용어를 제대로 번역하기 위해 이기상 교수는 70년대 초 벨기에 루벵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부터 매료된 이 책을 이제야 내놓게 된 것이라고 밝힌다.
또한 이기상 교수는 번역상을 수상한 「기술과 전향」을 독한 대역식 출판으로 펴내, 독일어 원문을 왼쪽에 싣고 한글 번역을 오른쪽에 실어 번역이 전달할 수 없는 하이데거 특유의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자신이 이해하고 소화한 내용을 쉬운 용어로 전달하고자 애썼고, 이에 도움을 주기 위해 후반에 이 책에 대한 긴 해설을 충실히 단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기술과 전향」은 벼랑에로 치닫고 있는, 「기술과 과학」이라는 초고속 열차에 탄 인류에게 방향을 돌릴 것을 호소하고 있는 하이데거의 탄원문이다. 자연을 정복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서양 문명을 비판하고 자연에 대한 사고의 전향, 행동의 전향을 주장하고 있는 책이어서 문명에 찌든 현대인들에게도 유익하다.
“철학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자라나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위해 무언가 꼭 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고 청소년 철학 교육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이기상 교수는 “앞으로 국민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이들의 철학적 사유를 위해 구체적인 일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안식년을 떠나는 이 교수는 하이데거의 고향인 독일 메스기르히를 방문하고 독일의 모교에서 하이데거 연구를 하고 올 11월 말에 귀국할 예정이다.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