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군 진안읍 연장리 중평, 일명 ‘한들’이라 부르는 작은 농촌마을에 ‘거름귀신’이란 별명을 가진 박종민(요한‧32세)씨가 살고 있다.
박종민씨는 남들 다 쉬는 농한기인 요즘 발효 퇴비로 비닐하우스의 땅심을 돋우느라 한겨울 추위도 아랑곳없이 이마에 흐르는 땀 닦기에 여념이 없다.
또 한편으로는 무럭무럭 자라나는 하우스 내 겨울 상추와 시금치 수확에 농산물 수입 개방을 걱정할 여유도 없다.
“UR이요? 최고 품질의 상품을 생산하면 되지요. 가격 경쟁이 문제인데 이는 정부나 소비자가 어떻게 대응하고 선택하느냐에 달렸지요.” 즉 농약 덩어리인 수입 농산물을 선택하느냐, 상대적으로 조금 비싸지만 내 땅에서 난 무공해 농산품을 선택하느냐에 UR 극복의 실마리가 있다는 얘기다.
전주교구 가톨릭 농민회 박종민씨가 유기농업을 시작한지는 9년 전부터였다. 농약을 치다 중독된 후부터 농사가 겁이 나기 시작, 이때부터 실험적으로 노지에다 유기농을 시작하게 됐다.
남들은 농약과 비료로 수월하게 농사짓는데 유독 혼자만이 퇴비 만드는 일에 시간과 힘을 허비(?)하는 통에 주변으로부터 숱하게 ‘미친 짓’이라고 욕도 먹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곱게 보지 않는다며 박종민씨는 허탈한 웃음을 짓는다.
92년도에 농민 후계자로 선정된 박종민씨가 그동안 축적된 유기농 기술을 바탕으로 본격 시설원예‧채소 생산에 돌입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2천4백 평의 임대 농지에 11동의 대단위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수십 트럭분의 퇴비를 공급, 무농약 특허 수박을 재배하기 시작했던 것.
처음이라 출하시기를 맞추지 못해 큰 재미는 못 봤지만 토지 임대료를 지불하고 생활비는 나온다고 말한 박씨는 올해는 억제 재배법을 사용해 수박 이모작과 오이 등 다양한 생산을 계획하고 있고 여기서 생기는 수익금을 모아 조만간 임대 토지를 매입할 부푼 꿈을 갖고 있다.
“사람과 땀과 작물이 하나 될 때 최고의 상품 생산이 가능하다”는 농사 철학을 가진 박종민씨의 가장 큰 걱정은 무공해 유기농산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과 이런 생산에 발맞추어 유통 구조를 창출하지 못하는 당국의 안일함이다.
흙이 좋아 어느 지역엘 가나 흙부터 만져본다는 박종민씨는 오늘도 흙을 살리고 나를 살리고 소비자를 살리는 그래서 궁극적으로 수입 농산물에 대항해 우리 농업을 살리고 국가를 살리는 길이 유기농을 통한 과학 영농에 있음을 믿고 ‘거름귀신’ 답게 퇴비 생산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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