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칙은 제2장에서 진리를 벗어나서 그리고 진리를 거슬러서 자유를 내세움으로써 드러나게 되는 부정적 결과를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1)자연법 분야에서 다툰 다음 (2)양심, (3)근본적 선택, (4)윤리적 행위 분야에서 다룬다.
2) 양심과 진리
“자유와 법을 상충되는 것으로 보아 서로 분리시키고 자유를 거의 우상화하여 예찬하는 위에서 언급한 경향들은 윤리적 양심에 대한 창조적 해석을 가져온다. 이것은 교회의 전통과 교구권의 가르침을 벗어난 것이다”(54항).
새 회칙은 여기서 양심을 주어진 생활 조건에서 각 개인이 취하는 유일하고 최종적이며 오류를 범할 수 없는 ‘결정’으로 보며, 따라서 모든 이에게 적용되는 보편법에 의해 규정지어질 수 없는 것으로 보는 이른바 윤리적 양심에 대한 창조적 해석을 비판하면서 양심에 대한 그리스도 교리를 종합하여 다음과 가히 재천명한다.
양심은 인간을 위한 ‘증언’이다. (로마 2,14-15 참조) 양심은 “법에 대한 인간 자신의 충성이나 불충, 또는 본질적인 윤리적 올바름이나 그릇됨에 대한 증언”(57항)이다. 양심은 “인간의 자기 자신과의 대화”에 대한, “인간의 하느님과의 대화”에 대한 유일한 증언이다(58항).
양심은 인간을 위한 ‘판단’이다. (로마2,14-15 참조) 양심은 이성의 작용에 의한 판단을 통해, 즉 인간이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을 명하는, 그리고 인간이 이미 행한 행동을 평가하는 실천적 판단을 통해 증거의 기능을 수행한다.
양심은 개인적 윤리성의 가장 가까운 규범이다. 그것은 신법의 진리이며 윤리의 보편적, 객관적 규범이다.
양심은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심판관이다.
양심은 무류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양심의 교육이 필요하며 이러한 교육에 있어서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와 그 교도권으로부터 커다란 도움을 받는다.
3) 근본적 선택과 구체적 행동
새 회칙은 인간이 하느님 앞에서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결정하는 근본적 선택에 대한 교리를 믿음의 선택, 믿음의 복종(로마 16,26 참조)에서 재발견하면서 그 가치를 들어올린다.
그러나 새 회칙은 인간과 행동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수정하게 하는, 그리하여 근본적 선택과 개별적 선택을 서로 분리시키게 되는 ‘근본적 자유’에 대한 일부의 해석을 배격한다.
이러한 해석을 내세우는 사람들에 의하면 윤리적 생활에 있어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은 인간이 자신에 대해 전반적 결정을 내리는 근본적 자유에 의한 ‘근본적 선택’이며, 이는 의식적 결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초월적으로 이루어지고 절대선, 즉 하느님과의 관련 아래 이루어지는 반면 개별적 자유에 의해 인간은 개별 행동, 구체적 행동을 선택하며 이는 절대선이 아니라 부분적 선과의 관련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 라고 주장한다.
새 회칙은 이러한 주장은 근본적 선택과 구체적 선택과 구체적 행동의 선택을 따로 떼어놓은 것으로 결국 “인간에 대한 고유한 윤리적 평가를 개별 행동, 구체적 행동과 전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분리하여 근본적 선택에만 한정하게 된다”(65항)는 점을 비판한다.
“근본적 선택과 구체적 행동을 분리시키는 것은 윤리적 주체의 육체와 영혼에 있어서의 실질적 완전성 또는 인격적 일체성을 거스르는 것이다”(67항)
새 회칙은 그것은 근본적 선택으로서의 신앙 또는 애덕과 세상 안에서 계명이 요구하는 윤리적 행동을 분리시키는 것이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4) 윤리적 행위
새 회칙은 여기서 윤리적 행위의 ‘대상’을 도외시한 채 주관적 의향과 상황(더 정확히 말하자면 결과)만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윤리성의 원천’에 대한 근본적인 재해석을 제시하는 목적론적 윤리이론들을 비판한다.
목적론적 윤리이론들(비례주의, 결과주의)은 행위의 윤리성은 항상 그리고 오로지 예측 가능한 그 결과나 그 비율(더 나은 선 또는 덜 나쁜 악)의 관점에서만 적절하게 규정지어질 수 있다고 보며, “어떠한 상황이나 어떠한 문화에서든(이성과 계시가 제시한) 그러한 가치들과 상충하는 특정한 행동을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75항)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새 회칙은 “윤리적 판단의 제일차적이며 결정적인 요소는 인간적 행위의 대상이라는 점”(79항), 교회는 상황과 의향이 윤리성에 미치는 영향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의향이나 상황과는 별도로 바로 행위의 대상으로 말미암아 항상 그리고 그 자체로서 본질적으로 악한 행위들이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행위를 금지하는 규범들은 언제나 또 어떠한 상황에서나 구속력을 지닌다는 점을 강조한다. “상황이나 의향은 그 대상으로 말미암아 본질적으로 악한 행위를 ‘주관적’으로 선하거나 하나의 선택으로서 정당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행위로 결코 바꿔 놓을 수 없다(8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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