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회를 소집하고 예수를 죽일 음모를 꾸민 주동자들은 대제관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라고 요한복음서는 전한다. 그런데 대제관들 부류에 속한 사람들은 대부분 사두가이파라고 불리며 이들은 복음서에서 예수의 극렬 반대파로 소개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정치와 종교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자들이었다. 사두가이파 사람들은 다윗 성왕 치하에서 대제관이었던 사독의 후예로서 정치적으로는 로마의 식민정치에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종교적으로는 사후 세계를 부인하는 등 순전한 국수주의자들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로마 식민주의자들에게 아부하고 종교적으로는 모세율법을 금과옥조로 여겨 스스로 정통적인 하느님 숭배자로 자처하였다. 대부분의 율법 학자들이 바리사이파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최고의회에서 이 두 파는 대립되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예수를 반대하는 점에 있어서는 이 두 반대파들이 의견의 일치를 이루고 있었다. 어떻든 그들은 예수라는 사람을 없애는 데 법적인 빌미를 잡아야만 했다. 그들이 예수를 고발하는 논고는 논리적인 것도 아니고 사실에 근거한것도 아니었다. 그저 억지스러운 정치극이었다. 그 자를 그대로 내버려 두면 큰일 난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그를 믿게 될 것이고 그것은 민중이 그를 왕으로 추대하게 될지도 모르며 그렇게 되는 낱에는 로마의 군사력을 자극하게 되어 이 거룩한 곳 즉 예루살렘을 파괴할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자기네들 민족을 유린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당사자인 예수 자신은 꿈에도 생각지 않았고 그분을 따르던 군중들도 생각조차 않았던 일을 어마어마하게 꾸며대는 정치극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허위적인 정치극은 영성적으로 뒤집으면 예수라는 무명의 복음활동이 모든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리스도 왕국이 창립될 것에 대한 부지불식간의 예언을 스스로 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의 거룩한 곳 예루살렘은 예수의 십자가 사형 후 약 40년 있다가 성도 예루살렘 멸망이란 현실로 나타났다. 그러니 그들의 정치적 우려는 사실을 걱정하는 예언을 한 꼴이 되었다. 사람이 이성을 잃으면 난폭해지고 난폭해지면 비열하게 된다. 그러니 예수를 법적으로 고발하려는 그들의 발언들은 횡설수설일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에 사태를 장악하는 사람은 간교한 꾀를 부리는 자이다. 대회의가 왈가왈부하며 결론을 딱 내리지 못하자 그해의 대제관이었던 가야파가 간교한 머리를 굴리며 회의를 마감하게 된다. “당신들은 그렇게도 아둔합니까?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대신해서 죽는 편이 더 낫다는 것도 모릅니까?” 이 말은 참 명언이었다. 한 민족과 한 개인, 그 둘 중 하나가 없어져야 한다면 어느 것이 없어져야 하는가? 대답은 명명백백하다. 민족을 위하여 한 개인은 희생되어야 한다. 다만 논리적으로나 법적으로 한 민족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전체를 세운 데에 논거상 맹점이 있다. 이 허위적인 전재를 세워 놓고 예수를 죽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며칠 후에 있을 재판정에서 그들은 예수를 죽여야 할 이유를 대기 시작하였다. 그 이유로 선동자, 하느님 모독자 등의 구체적인 이유를 들었다. 가야파는 예수라는 한 사람이 온 인류를 위하여 죗값으로 희생양이 되는 인류 구원의 큰 해에 대제관직을 행하는 악역을 맡은 셈이 되었고 그의 간교한 말은 영원한 구원의 진리를 내포하는 신비의 명언이 되었다. ‘온 민족을 실리기 위한 한 사람의 희생양’이 제단에 바쳐지는 이 해는 참으로 거룩한 해였으며 이 뜻을 돋보이기 위하여 요한복음서는 ‘이해의 대체관’이란 말을 세 번씩이나 되풀이했다 (11,49,51:18,13). 가야파의 말은 설득력을 발휘했고 이날부터 지도자들은 예수를 체포할 구체적인 계획에 착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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