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목사이면서도 가톨릭 신자들에게 더욱 친숙한 이현주(50세) 목사를 일치주간에 만났다.
현재 충북 중원군 엄정면 추평리 탑평마을에서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이 목사를 만나기 위해 엄정에서 택시를 타고 기사에게 “이 목사님 집으로 가 주십시오”하니 “그분이 목사예요. 스님인 줄 알았습니다”고 대답해, 기자를 어리둥절하게 하듯 회색 바지저고리를 입고, 긴 수염을 휘날리며 기자를 맞는 이현주 목사에게는 목회자의 모습보다는 깨달음이 지극한 수도자의 모습이 엿보였다.
“모든 인간의 구원은 깨달음의 차이일 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현주 목사는 “불가에서 내가 부처이면서 부처임을 깨닫지 못한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의 차이처럼 모든 인간이 예수 그리스도에게 구원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깨닫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구원이 달려 있다”며 모든 종교가 하나로 통함을 강조했다.
생활성서 창간부터 지금까지 참여하고 있는 이현주 목사가 가톨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70년대 후반 경상북도 울진 죽변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던 중, 이 목사가 신도들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주보가 인연이 되어 안동교구 정호경 신부를 만나면서부터다.
또 이 목사는 대한성서공회에서 문익환 목사와 선종환 신부가 구 신교의 대표로 하던 성서 번역을 도우며 가톨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게 된다. “병상에 누워서도 성경 번역을 멈추지 않는 선 신부님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내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고 전하는 이 목사는 “실제로 성경 번역에 까다롭고, 말들이 많은 개신교보다 가톨릭교계는 수용의 폭이 그만큼 넓었다”고 회상했다.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기독교가 서로 종파를 뛰어넘어 일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하는 이 목사는 “교회 일치를 위해 교회와 국가의 앞날을 짊어지고 나갈 어린 학생들의 교육부터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사이면서도 현재 눈에 보이는(?) 목회활동을 중단하고 있는 이 목사. 그러나 그는 “목회활동은 그리스도 사랑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그리스도의 일은 교회라는 기구에만 속한 것이 아니기에, 내가 글을 쓰거나 강의하거나, 삶 속에서 살아갈 때 언제나 목회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다.
이현주 목사는 또 “동양종교는 깨달음을 중요시 여긴다”고 전제하고 “기독교가 이런 동양의 전통을 수용하여 구원을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주어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사랑 자체인 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사귈 때 종교 간의 장벽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이 목사는 “전투적이고 배타적인 미국식 종교 심성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 기독교가 좀 더 동양의 지혜를 배울 때”라고 피력했다.
모든 종교의 근본은 같으며, 종교인들이 인간 구원을 위해 깊이 깨달아야 할 때임을 강조하는 이현주 목사. 그의 수염 난 얼굴에 떠오르는 한 줄기 미소에 종파를 초월한 깨달음이 스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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