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나게 사는 사람들은 도시가 좋다. 그 신명을 이웃과 나누며 살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보기 좋다. 만일 그 신명이 신앙의 토대 위에서 발휘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94년 새해 아침 자기 분야에서 자신의 일을 통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았다. 그들이 생동하는 삶 속에서 우리의 건강한 미래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중학생 생태사진가 석상수군(미카엘·서울 불광동본당) 얼핏 들어도 생소하고 예사롭지 않는 수식어이다.
중학생이면 중학생이고 사진가면 사진가지 생태사진가는 또 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지난해 산호점균과 분홍동점균류, 망태버섯과 같은 미기록종 버섯 20여점을 발굴, 학계에 보고함으로써 자연과 학계와 사진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석상수군은 단순히 중학교 1학년생이라고 보아 넘기기엔 너무나 큰 족적을 남겨놓은 인물이 된 것이다.
석군이 지난 3년간 버섯만 찍어 보관하고 있는 슬라이드가 5백여 점이 넘는다.
석군이 처음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서울 대조국민학교 5학년생 때인 3년 전 일이다.
우리나라 제일의 동굴 사진작가요 생태 사진작가인 아버지 석동일씨를 따라 경기도 광릉수목원에 버섯 촬영을 따라다니면서 틈틈이 사진을 배운 것이 인연이 되었다.
“아버지를 도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버섯 찾는 일을 따라나섰지만 아버진 늘 버섯을 사진에 담아오는 데 비해 자신은 항상 빈손으로 돌아오는 것이 서운해 아버지를 졸라 사진을 배우기로 했다”는 것이 석군이 생태 사진을 시작한 동기이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랑을 가르치기 위해 고집스레 생태 사진 촬영 현장에 외아들을 데려 다닌 아버지와 그 일이 좋아 수년째 기쁘게 따라 다닌 중학교 1학년생 아들이 이젠 떨어질 수 없는 동반자와 협력자가 된 것이다.
주일과 여름방학 때만 되면 아버지와 대학생 연구팀과 함께 광릉수목원에 버섯 탐사를 다니는 석군은 당돌하게도 “자연이야말로 하느님을 알고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는 현장”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석군은 “2∼3mm밖에 안 되는 눈에도 잘 띄지 않는 작은 포자가 망울을 터뜨려 버섯이 되는 것을 지켜볼 때면 신비로움에 사로잡힌다”며 진지하게 말했다.
석군이 생태 사진을 찍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91년 여름 전남 담양의 한 대나무밭에서 희귀종 망태버섯을 찾아 촬영한 것이 대조국민학교 교내 탐구대회 우수작으로 선정, 교육 자료로 활용된 것이라 한다.
“생태 사진은 무엇보다 끈기와 인내가 필요한 것 같아요. 또 저 자신이 자연 속의 일부가 돼야겠다는 생각도 중요하고요”
균사 덩어리가 싹 터 성장하기까지의 모습을 빠짐없이 매시간 매분 간격으로 한 장 한 장 사진에 담아야 하는 생태 사진 작업의 지루한 고충을 설명한 석군은 그 당시 촬영할 땐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찍는다고 한다.
희귀종을 찾거나 작업이 끝날 때면 늘 아버지와 함께 온 대학생 누나들을 모아놓고 성가를 불러 감사한다는 석군은 “자연을 모르고 전자오락에 빠져있는 친구들을 보는 것이 제일 안타깝다”고 한다.
세상 사람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는 생태학자가 되는 것이 희망이라는 석상수군이 94년 올 한 해도 더욱 많이 자연의 경이로움을 체험하고 생태학자로서의 꿈을 실현해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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