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괴산군 소수면 입암리 괴산-음성간 지방도로를 따라 가다 비포장 길을 7백여 미터 올라가면 설우산 기슭에 30만 평 규모의 중앙목장이 나타난다.
유기농업을 하는 농민들이 한데 모여 농사를 짓고 있는 이곳 목장 한편에 ‘흙살림연구소’(소장 이태근)가 있다. 허름한 창고건물 안에 들어서면 무균 작업대, 인큐베이터, 멸균기 등 10여 가지의 시설들이 미생물 효소를 만들어내고 있다.
흙살림연구소는 유기농업의 재료인 미생물 효소를 개발 공급하는 민간 연구기관, 이 연구소는 지난 91년 인근 지역 농민회와 소비자협동조합 등이 함께 만든 ‘괴산미생물연구회’가 발전한 것이다.
과다한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으로 생명력을 잃어가는 땅을 되살리자는 취지에서였다. 이후 서울지역 유기농산물 공급 단체인 한살림공동체 등이 추가로 참여하고 농민 회원들이 공동 출자하는 형식으로 지난해 6월 ‘흙살림연구소’로 정식 출범했다. 현재 개인 단체를 합해 4백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흙살림연구모임의 태동은 현 이태근 소장의 생명농업에 대한 억척스런 집념이 일궈낸 성과이기도 하다.
84년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이곳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그는 농업이 살 수 있는 대안을 찾던 중 유기농업으로의 전환만이 살 길임을 깨닫는다.
그러나 유기농업에 필요한 미생물은 전량 일제나 미국의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음을 안 그는 미생물 효소의 국산화를 결심하고 학교 선후배의 도움을 받아 ‘괴산미생물연구회’를 만들었고, 지난 6월 국내 최초로 미생물 효소를 배양 생산하는 민간 연구기관인 ‘흙살림연구소’를 발족시키게 된 것이다.
연구소에는 이 소장을 포함해 2명의 상근 연구원과 6명의 연구원 등 모두 8명의 연구원이 활동하고 있다.
흙살림연구소가 만들어내는 미생물 효소는 퇴비의 부식을 촉진시키기 위한 ‘생명토’, 작물의 병충해 저항성을 향상시키는 엽면살표용 ‘잎살림’, 토양의 이화학적 성질을 개선하고 작물 생육을 촉진시키는 ‘흙살림’, 뿌리 발육 당도 착색 촉진을 위한 ‘빛모음’, 음식 찌꺼기를 발효시켜 퇴비로 만드는 ‘부엌살림’ 등 다섯 가지다.
이곳에서 만든 미생물들은 그동안 농민들의 적용 실험 등을 통해 유기농업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흙살림연구소는 미생물 효소를 개발하는 일 외에도 매월 한 차례씩 회원 농민들을 대상으로 유기농업에 관한 교육을 실시, 새로운 농법 개발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이태근 소장은 “그동안 우리 농업은 수확량 증대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농약과 비료를 과다 사용함으로써 땅을 망쳐 놓았고 이것이 오늘의 농업 위기로 이어졌다”면서 흙을 살리고 사람도 살리는 유기농업만이 장기적으로 UR에 대처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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