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라”
새 교리서는 여기서 이웃 사랑에 관한 계명인 넷째 계명에서 열째 계명까지를 다룬다.
▲넷째 계명 부모를 공경하라.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우리를 낳아주신 부모를 당신 다음으로 공경하기를 원하셨다”(2197)
하느님 다음으로 부모를 공경한다는 것은 지나친 것은 아닐까? ‘부모는 우리를 낳아주신 분’들이시니, 잘나거나 못나거나,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항상 부모에게 효도를 바쳐야 한다. 부모만이 하느님의 부성과 모성을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표지이다.
부모 덕분에 우리는 한 사회의 일원이 된다. 부모를 통하여 새로운 세대마다 그 이전 세대의 사상과 문화의 전통과 연결된다.
“우리는 우리의 선익을 위해 하느님께서 당신의 권위를 부여해주신 모든 사람들을 공경하고 존중해야 한다”(2197)
오로지 가정과 사회의 선익에 봉사하고 헌신하는 권위만이 공경과 존중의 대상이 된다. 넷째 계명의 윤리는 개인을 무시한 채 무조건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횡포하고 변덕스런 권위를 보장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복종은 권위가 이웃의 선익을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오늘날 가정의 권위를 비롯하여 기성 권위가 커다란 명성과 신뢰를 누리지 못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현대 사회는 ‘의무 장전’보다는 ‘권리 장전’을 내세운다. 가정과 사회에서의 인간관계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물결 속에 커다란 변화를 겪었으며, 그리하여 복종은 모든 속박으로부터의 해방에 대한 예찬과 더불어 그 가치가 격하되었다. 가정 안팎에서의 인간관계는 흔히 불관용, 무관심, 통교 불능이 그 특징을 이루고 있다.
현대의 이러한 사회 문화적 상황에서 권위가 지니는 의미는 시급해 재발견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어른 없는 사회’, 즉 권위 있는 스승이 없는 사회가 되었다. 새 교리서가 윤리적 제안들을 풍부하게 제시하면서 설명하는 넷째 계명의 윤리는 권위와 복종의 범주에 역설적으로 내재하는 해방의 대의를 재발견하도록 권고한다.
새 교리서는 가정 관계의 모범을 다른 단체들과 연결시킨다. “인간 공동체들은 개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것들을 잘 다스림은 권리 보장과 의무 준수, 계약 존중 같은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주와 피용자간의, 통치자와 시민간의 올바른 관계는 정의와 형제애가 그 핵심을 이루는 인간의 존엄성에 맞는 본래의 선의를 전제로 한다”(<2213>) 가정은 다른 종류의 사회 공동체의 모범이다. 그러므로 가정 관계의 진리를 재편성함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관계를 이해하고 충실히 실현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새 교리서가 넷째 계명의 맥락에서 정치 윤리(<2234>-<2246>)와 기타 사회관계의 윤리를 다루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가정의 모범이 사회생활, 직업 생활, 정치 생활로 연장되는 것이다. 가정의 모형이 “교사에 대한 학생의, 사용자에 대한 피용자의, 상급자에 대한 하급자의, 조국에 대한, 행정 관리나 통치자에 대한 시민의 의무에까지 연장된다”(<2199>)
이 대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247>“너의 아버지와 너의 어머니를 공경하라”(신명 5,16:마르 7,10)
<2248> 넷째 계명에 따르면,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당신 다음으로 우리 부모를 공경하고 또 당신께서 우리의 선익을 위해 공권을 부여해주신 사람들을 공경하기를 원하셨다.
<2249> 부부 공동체는 부부의 계약과 합의를 토대로 하여 세워진다. 결혼과 가정은 부부의 선익과 출산 및 자녀 교육을 지향한다.
<2250>“개인의 구원과 일반 사회와 그리스도교 사회의 구원은 부부 공동체와 가정 공동체의 행복한 상태에 직결되어 있다”(사목헌장 47항)
<2251> 자녀들은 자기 부모께 존경과 감사와 마땅한 복종을 드려야 한다. 효도는 가정생활 전체의 화목을 촉진한다.
<2252> 부모는 자기 자녀들의 신앙과 기도와 모든 덕행에 대한 교육을 제일 먼저 책임 진 사람들이다. 부모는 힘이 닿는 한 자기 자녀들에게 물질적, 정신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마련해줄 의무가 있다.
<2253> 부모는 자기 자녀들의 교육을 존중하고 도와야 한다. 부모는 그리스도인의 첫째가는 소명은 예수님을 따르는 것임을 상기하고 자녀들에게 가르칠 것이다.
<2254> 공권력은 인간의 기본권과 인격의 자유 행사를 위한 조건들을 존중해야 한다.
<2255> 진리와 정의와 연대성과 자유의 정신으로 사회를 건설하는 데 공권력과 협력하는 것은 시민의 의무이다.
<2256> 시민은 공권력의 명령이 도덕 질서가 명하는 바에 어긋날 때에 양심상 그러한 명령을 따르지 않을 의무가 있다. “사람들에게 복종하는 것보다 하느님께 복종해야 합니다.” (사도 5,29)
<2257> 모든 사회는 인간과 그의 문명에 대한 비전에 따라 자신의 판단을 내리고 자신의 행동을 취한다.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복음의 빛을 떠나서는 사회가 전체주의적으로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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