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대목은 죽었던 라자로를 다시 살려내신 예수의 기적이 구세주의 일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사실 분명히 죽었던 사람을 되살리는 기적은 누가 보아도 놀라운 일이며 그것을 직접 눈앞에서 본 사람들은 그 기적 행적자 앞에 무조건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라자로 이야기에서는 많은 사람이 예수를 믿었지만 더러는 이것을 보고도 믿어지지가 않아 이 사실을 관헌에게 일러바쳤다. 어려운 일을 늘 당하고 해결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면 어떻게 믿지 않을 수 있겠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수의 구세사업이 어려운 점이 바로 여기에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잘하는 것을 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잘한 사람이 그들 손에 박해를 받는 것이 구원의 신비이다. 그것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 손에 자연이 훼손되는 이치와 마찬가지이다. 라자로의 부활을 보고 예수를 믿은 많은 유다인들은 마리아를 문상하러 왔던 사람들이고 그들은 아마도 전에 예수의 다른 기적을 보았거나 소문으로 들었거나 했던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이제 그들의 미적지근한 믿음은 완전히 굳어졌다. 라자로의 이야기는 예수께서 죽은 자들에게 생명을 주는 분이시라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한 교훈이다. 그러나 예수는 다른 사람들을 멸망에서 구하기 위하여 스스로 자기 생명을 희생으로 바치는 대가를 치르고서야 그 일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십자가의 비극에서 드러낼 것이다. 이것이 구원의 신비이다. 과연 그 십자가형의 사형은 라자로의 부활사건을 계기로 시작된다. 이 보고를 받은 최고의회는 회의를 소집하였다. 산헤드린이라 불리는 이 최고회의는 유다 마카베오 시대부터 존속해오는 유다의 최고 통치 기관으로(마카 상7, 33) 이 회의는 귀족들을 대표하던 원로들 전직 대제관들과 대제관을 배출한 가족의 제관장 등 그리고 대부분 바리사이파에 속해 있던 율법학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회의는 유다 최고의 통치 기관이기는 하였지만 로마의 지배하에 있었기 때문에 종교문제를 제외하고는 시민의 사법과 행정문제에 관해서는 제한된 권한밖에는 행사하지 못하였다. 어떤 범인이든 사형선고를 내릴 때에는 로마 총독의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선언을 받아야 했고 사형 집행 자체는 물론 로마인들이 직접 행하였다. 하여튼 민족의 지도자들은 최고회의를 소집하였다. 이 회의가 정식으로 소집된 회의였는지 아니면 사건을 의논하기 위한 의견 교환의 모임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 사건은 과월절을 얼마 남겨놓고 있지 않은 때에 일어난 일이었음을 감안할 때(요한 11,55) 그들의 회의 소집은 공식적인 것이었고 예수에 대한 사형 결정이 이 회의에서 이루어졌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그들은 이 회의에서 예수의 사건을 심의하는 것이 아니었고 예수께 대한 적개심을 서로 자극하기 위한 모임이었음을 그들의 대화에서 알 수 있다. ‘그 자가 많은 기적을 행하고 있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여기서 ‘우리는 어찌하면 좋겠소’라고 한 말의 원문은 ‘우리가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또는 ‘이 자가 많은 기적을 행하고 있는데 우리는 왜 아무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가’라는 뜻도 된다.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다’라는 자책의 대답을 함축하고 있다. 병자를 고치고 병신을 온전하게 만들고 심지어는 죽은 자를 살리는 기적을 자기네 입으로 인정하면서 그 반응으로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미운 사람, 싫은 사람은 무엇을 했건 밉기만 하고 싫기만 한 것이 악인들의 특색이다. 옳은 것을 옳게 보고 기적을 기적으로 받아들이는 심성은 결국 심성이 착해야 인정할 수 있다. 믿음은 심성이 착한 사람의 특권이다. 예수를 메시아 그리스도로 받아들이기가 그렇게 어려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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