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예멘 난민들에 대한 혐오 현상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가운데, 한국교회가 난민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난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제주교구는 현재 교구 ‘이주사목센터 나오미’(센터장 홍석윤 신부)를 중심으로 예멘 난민 561명을 위한 숙소 제공, 취업 알선, 생필품 후원, 교육 등을 위한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임산부나 자녀가 있는 가정을 우선적으로 돌보며, 각 본당 주보 공지를 통해 신자들도 숙소와 생필품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알선하고 있다. 특히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나타나는 것을 우려, 난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홍보 자료를 제작 배포하기로 했다.
주교회의 차원에서도 이러한 제주교구의 난민 지원 활동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총무 차광준 신부는 위원회도 “제주교구와 긴밀한 협력 하에 다각적인 지원과 교육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각 교구에서 이미 교구 내 이주민들에 대한 다양한 지원 체계와 인적, 물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난민들을 지원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차 신부는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관련해 “난민들이 위험한 사람이라는 것은 추측일 뿐”이라며 “최악의 상황을 우려해 이들을 받아들이지 말자고 주장하는 것은 근거 없는 감정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난민 문제와 관련해 교회 안팎의 전문가들은 특히 난민 문제가 단순히 제주교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추후 전국적인 현안이 될 것이라며, 전국 차원의 사목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난민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 개선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위원장 정신철 주교는 “교회는 난민에 대해 늘 우호적이고 형제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왔다”며 “앞으로 이 관점에 따라 교회 활동을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정부가 난민에 대해 우호적이고도 올바른 조치를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난민법 관련 전문가인 이일 변호사(공익법센터 어필·난민지원네트워크)는 “정부에서 난민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대해 신속하게 초기대응 하지 않고 의혹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법뿐 아니라 전체적인 사회제도 차원에서 난민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신강협(요셉)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소장도 “먼저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해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국민 전체는 물론 제주도민들을 위한 난민 이해 교육, 이슬람 문화 교육프로그램 등이 제공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천주교·개신교·불교·원불교 ‘4대 종단 이주·인권협의회’(이하 협의회)는 6월 25일 제주 예멘 난민 관련 호소문 ‘상처 입은 나그네를 따뜻하게 환대해 주십시오 - 그들이 곧 우리입니다’를 발표했다. 협의회는 호소문을 통해 “난민들이 찾아온 한국이 바로 예수님의 피난처이며 피난처를 찾아 이곳까지 온 난민들은 곧 부처님”이라며 “이들이 대한민국의 품 안에서 안정을 되찾고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기도하며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