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세계교회협의회 창립 70주년 기념식 참석
“차이 때문에 일치 못 이룬다는 건 변명”
교회일치운동 중요성 강조
스위스 제네바 방문해 그리스도인 일치 요청
남북한 대표 깜짝 알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6월 21일 스위스 제네바 소재 세계교회협의회 본부를 방문해 전 세계 교회일치운동 지도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CNS
【외신종합】 교회일치의 순례자로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하느님뿐만 아니라 부서지고 갈라진 세상이 그리스도인의 일치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6월 21일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 이하 WCC) 창립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23번째 해외순방에 나섰다. 교황은 전 세계 그리스도인 지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우리의 차이점 때문에 일치를 이루지 못한다는 것은 변명일 뿐”이라면서 “그리스도의 제자인 그리스도인들은 여전히 함께 기도하고 선교하며 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WCC는 정교회를 포함해 전 세계 350여 개 교단이 참가하는 가장 큰 교회일치운동 단체다.
교황은 이날 제네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오늘의 여행은 일치를 향한 것”이라면서 “일치를 향한 나의 바람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제네바에 도착한 교황은 스위스 정부의 고위관리들과 전통의상을 입은 아이 두 명의 영접을 받았다.
교황은 WCC 공동회장단의 안내에 따라 교회일치 기도회에 참가했다. 이날 기도회에서는 개신교 찬송과 가톨릭교회 자비의 특별희년 주제곡이 연주됐다. 참가자들은 니케아 신경을 함께 바쳤으며, 개신교와 가톨릭 신자들이 번갈아가며 독서를 했다. 또 교회의 분열에 용서를 청하는 참회의 기도가 이어졌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의 분열은 주님의 뜻에 반할 뿐만 아니라 세상 안에서 추문이 되고 있다”면서 “주님께서는 일치를 요구하시며 갈기갈기 나뉜 세상도 일치를 요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치의 여정에는 끊임없는 회심이 요구된다고 강조한 교황은 “세속을 거부하고 성령 안의 삶을 추구하는 새로운 사고방식으로 우리는 허리를 숙여 타인에게 봉사하고 용서의 마음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기도회 뒤 교황은 WCC 지도부를 만나 교회일치를 위한 WCC의 노력에 감사를 전했다. 교황은 “개인적으로도 WCC 창립 기념식에 함께하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교회일치를 위한 가톨릭교회의 노력을 확인하고 협력을 북돋고 싶었다”면서 “그리스도인이 함께 만나 복음의 신뢰성을 키워 오늘날 세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응답하자”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제네바의 팔렉스포 컨벤션 센터에서 스위스와 프랑스 등의 신자 4만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미사를 주례한 뒤, 스위스 방문을 마무리했다.
한편 교황은 이날 WCC 창립 70주년 기념식에 참가한 남북한 그리스도인 대표를 만났다. 장상 WCC 아시아 담당 공동회장을 비롯한 남한 대표 4명과 북한의 조선그리스도인연맹 강명철 위원장 등 북한 대표 4명은 교황이 WCC 지도부를 만나기 위해 WCC 중앙홀에 들어가기 전 교황을 깜짝 알현했다. 교황은 남북한 대표단과 악수를 나눈 뒤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