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국악의 해’를 맞아 교회 안에도 국악미사곡 및 국악성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요청되고 있다.
전통문화 특히 국악에 대한 교회안의 관심은 드높은데 반해 국악미사곡 및 성가의 창작이나 연주활동은 다른 교회문화 부문과 비교해 볼 때 너무도 미흡하다는 지적은 올 한 해 깊이 재고해야 할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 ‘서편제’의 열풍이 ‘국악의 해’를 선정하게끔 만들었다는 일부의 지적이 대두되고 있듯이 지난해 교회 안에도 서편제의 바람은 불어 닥쳤다.
본당마다 풍물패의 탄생과 활성화는 물론 젊은이들의 전유물이었던 풍물패에 어버이들이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또 수도자들이 판소리 여행을 떠나거나 고전무용 강습을 받고 본당에서는 대금, 단소 등의 국악기 강습을 실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이렇게 교회가 국악이라는 문화와 결코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악미사곡 및 국악성가는 교회 안에서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80년대만 하더라도 국악에 관심 있는 평신도와 성직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악과 교회음악의 접목을 시도한 ‘한국 가톨릭국악협회’를 발족시켜 활동했는가 하면 서울대교구 노인대학연합회에서도 ‘국악성가단’을 설립, 한국적인 전례음악을 보급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또 서울 세계성체대회를 맞아 예수고난회 강수근 신부가 ‘국악미사곡’을 완성, 89년 1월에는 부산 가톨릭센터 소극장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이후 예수고난회와 성바오로 딸 수녀회 수도자들이 국악원생의 국악 반주에 맞춰 ‘국악미사’ 테이프를 제작하기도 했다. 교회음악의 토착화가 어느 정도 정착될 듯 한 분위기였다.
‘교회문화의 토착화’가 강조되면서 국악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가지만 국악미사곡이나 성가의 활성화는 자꾸 뒷걸음치고 있는 게 요즘 가톨릭교회의 현실이다.
매주 미사 때마다 국악미사를 봉헌하는 본당도 다수 있지만 대부분의 본당이 대축일이나 한국적인 전례가 거행되는 아주 특별한 행사에서나 국악미사곡을 부르거나 듣는 실정이다.
강수근 신부(예수고난회)는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 “국악미사곡의 빈곤함”에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신자들의 관심은 국악은 물론 국악미사곡과 성가곡에도 미치고 있지만 창작활동이 이를 뒷받침해 주지 못함으로써 신자들은 늘 부르고 들어왔던 한정적인 국악미사곡에 싫증을 내게 된다”고 전제한 강 신부는 “교회음악 작곡가들이 국악 식의 성가 및 미사곡을 많이 창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본당 국악 성가대를 발족, 관심을 모았던 서울 서교동본당의 김종국 신부는 “국악미사곡 및 국악성가는 전례음악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교회 장상 및 성직자들의 지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국악계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신자들이 교회음악 토착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리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김 신부는 국악계의 신자들을 모아 ‘가톨릭국악실내악단’을 결성, 국악성가의 연주 및 활성화의 구심점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교회 안에 국악미사곡 및 국악성가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왕성한 창작활동과 사목자들의 관심과 지원뿐만 아니라 서양음악 교육만을 받아왔던 신자들에게도 국악을 연구하고 공부하려는 자세가 요청되고 있다.
익숙해져서 이제는 성가책 없이도 부를 수 있는 다른 미사곡처럼 국악미사곡을 자주, 지속적으로 듣고 부르는 것은 물론 미사 전례 전 충분히 국악성가를 연습하는 시간을 갖는 것 등은 아주 작지만 국악성가의 활성화에 커다란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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