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간의 사랑이 메마른 요즈음, 여섯 가정이 한 가족처럼 신앙과 사랑을 나누는 모임이 있어 따스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989년 3월 당시 서울 둔촌동본당 여섯 가족이 함께 뜻을 모음으로써 시작된 ‘聖가會’.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을 바탕으로 상호 협조와 이해로 형제, 자매가 존속하는 그날까지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모인 이 여섯 가족은 해가 갈수록 서로 간에 우러나는 깊은 정과 사랑이 더해가고 있다.
‘聖가會’에서 ‘가’는 예수님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에서 架, 가장 작은 교회 공동체인 성가정의 모범을 실현한다는 家의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49세부터 52세까지 비슷한 연배의 가장들을 중심으로 사랑과 애정이 넘치는 가족 모임을 구성하고 있는 성가회 가족들은 본당 사목위원부터 레지오 마리애, 성가대는 물론 복사회, 주일학교 교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교회 활동에 모두가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현재 성가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수(49세·안드레아)씨는 10여 년 동안 계속 본당 사목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김완규(52세·모이세)씨, 장영준(50세·스테파노·문정동본당)씨도 본당 사목위원을 맡고 있다. 초대 회장을 지낸 나동식(51세·요한·마천동본당)씨는 교구 성령봉사회에서, 정창수(49세·아우구스티노)씨는 꾸르실료 활동을 각각 해왔고 뿌리 깊은 구교우 집안인 이준구(49세·요한·오금동본당)씨는 사제직을 지망, 현재 서울 대신학교 2학년 이광찬(프란치스코) 신학생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성가회 가족들이 가정을 신앙이 살아 숨쉬는 사랑의 공동체로 만들려는 노력은 매우 각별하다. 가장들은 “마누라 자랑을 하는 남편은 팔불출”이라는 통념(?)에도 불구, 항상 부인들의 자랑을 하느라 입이 아프고, 부인을 비롯한 모든 가족들은 ‘아빠’자랑을 하기 바쁘다. 친목 모임이나 행사가 있으면 반드시 온 가족이 동원되고 그럼으로써 생기는 시간적, 경제적 낭비(?)도 이들에게는 행복일 뿐이라고 한다.
성가회 가족들은 매달 한 번씩 각 가정에서 교대로 음식을 마련, 모임을 갖고 가정미사를 봉헌한다. 이런 가정 모임을 통해 모든 가족이 서로의 어려움과 관심사를 나눌 수 있고 특히 자녀들은 부모의 신앙과 사랑을 보고 더욱 성숙한 신앙을 배운다.
월례 모임 외에 성지순례, 야유회, 불우이웃돕기 등을 통해 신앙을 다지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성가회는 특히 창립 이후 지금까지 적립된 월 회비가 8백여만 원에 이르고 적정 수준에 도달하면 불우 이웃을 성가정으로 인도하는 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듯” 성가회에도 어려움이 없진 않았다. 원래 성가회가 처음 시작할 때에는 일곱 가족이었는데 그 중 한 가족이 사업 실패로 부도가 나 빚쟁이들에게 쫓기게 됐고 다른 가족들에게 조금이라도 누를 끼치지 않도록 아무 말도 없이 성가회를 떠나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다고 한다. 나머지 여섯 가족들은 잃어버린 그 한 가족을 지금껏 마음 아파하며 지금이라도 연락이 닿아 한 번 만나보기라도 하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이런 저런 자질구레한 분란, 서로에게 느끼는 섭섭함들이 생기기도 하고 모임 참여가 조금은 미진했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성가회 가족들은 이런 어려움들을 가족 같은 사랑과 관심, 이해의 노력으로 해결해왔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은 애정과 사랑을 서로에게 느끼고 있다.
가정의 의미와 중요성이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오늘날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여섯 가정이 한 가족처럼 사랑을 나누는 성가회 가족들의 공동체적 삶은 성가정의 모범을 따르고자 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