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10월 15일부터 20일까지 6일 동안 홍콩 교우총회에서 주관한 ‘한국 교회 학습단’이 대구대교구와 서울을 방문했다. 함께 온 양아명 신부가 한국 교회 방문기를 홍콩 가톨릭신문에 4회에 걸쳐 연재했다. 외국인의 시각으로 본 한국 교회의 발전상을 번역, 소개한다.
운 좋게도 나는 홍콩 교우총회에서 주최한 ‘한국 교회 학습단’에 참가, 93년 10월 15일부터 20일까지 한국의 대구대교구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서울대교구장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뵙게 되었다.
한국 교회를 하나의 글로 표현한다면 ‘활(活 살아있다)’자가 적합할 것 같다. 정말이다. 한국 교회는 하나의 ‘살아있는 교회’이다. 솟아오르는 기(氣)가 있고, 활력이 있고, 생명이 있다. 용솟음치는 한국 교회의 모습은 탄복과 흠모를 자아내게 하고 배워야 할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한국의 인구는 4천여만 명이다. 10년 전 신자 수는 1백여만 명인데 현재의 신자 수는 3백만 명을 넘어섰다. 사제성소는 현황을 보면 전국에 1천5백 명 가까운 신학생이 있고 그 중 대구대교구에만 2백50여명이 있다.
우리가 방문한 대구 효목본당은 신자 수 5천6백여 명에 65개의 레지오가 결성돼 있고 29개의 신심단체가 연령별로 환경별로 조직되어 있었다. 두산본당은 놀랍게도 91개의 레지오 쁘레시디움과 4개의 꾸리아가 있으며 예비신자는 3백여 명이나 되었다. 이 숫자만으로도 이미 우리 방문단은 한국 교회가 ‘살아있는’는 것을 깊게 체험할 수 있었다.
우리는 대구대교장 이문희 대주교님과 서울의 김수환 추기경님께 어떻게 해서 한국교회는 이렇게 열심이냐고 물었다. 두 분은 약속이라도 한 듯 “나는 모른다. 바로 하느님의 능력이다”고 대답했다.
참으로 하느님의 능력이다. 사람이 이해하기란 힘들다. 그러나 우리는 6일간의 수박 겉핥기식 방문이었지만 2가지 매우 중요한 요소가 한국 교회를 이렇듯 활발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첫째 요인은 바로 기도이다. 한국 신자들은 기도를 많이 한다. 어느 주일이든 상관없이 성당엘 가보면 신자들이 기도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성모님을 특별히 공경해 모든 본당에서 크고 아름다운 성모상을 모시고 있다. 대구대교구 주교관에는 루르드의 성모들이 있는데 이곳 넓은 잔디밭에서 신자들은 매일 같이 혼자 혹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로사리오 기도를 바치고 성경을 읽거나 생활 나눔을 가진다.
또 하나 특별히 언급해야 할 것은 한국 신자들은 예수 성체를 무척 사랑한다는 사실이다. 효목본당의 29개 신심단체 중에 ‘성체조배회’라는 단체가 있는데 회원이 7백50여명이다. 이들은 8인 한 조로 나뉘어 하루 24시간, 1년 3백65일 끊이지 않고 밤을 새워 성체조배를 하는데 교회의 발전을 위해 기도를 바치고 있다. 확실히 이것은 한국 교회가 활발해지는 중요한 동력이라 하겠다.
두 번째 요인은 교육이다. 전체 한국 교회는 연령과 신분에 알맞은 교육제도를 갖고 있으며 신자들은 매년 3~4회 정도 의무적으로 이 교육에 참가해야 한다.
이러므로 한국 신자들의 신앙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영성 또한 깊어져 교회와 세계 속에서의 사명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들의 성소가 왕성해지는 것도 이상할 것 하나 없다. 아들 하나뿐인 부모조차도 자기 아들을 신부로 봉헌하기를 원하고 있다. (올해 서울대교구에서 신학교에 입학한 60여 명 중 17명이 외아들이다).
한국 교회는 하나의 ‘세상과 함께 사는 교회’이고 하나의 ‘세계를 위한 봉사적인 교회’라는 것에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신자들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는 한편 ‘국산품 애용운동’에 앞장서고 ‘환경 보호’를 실천하는 등 국민들의 권익을 대변, 이를 통해 전교사업을 펼친다.
심지어 한국 정부는 천주교회를 매우 중시하고 신임하고 있다. 신자들은 신자임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자동차 뒷 유리창에 신자라는 스티커를 부착하여 신분을 나타낸다.
위에서 서술한 두 가지 중요 요인 외에 한국 교회 발전에 이익이 되는 다른 원인도 있다. 예를 들면 그들의 순명정신은 그들이 쉽게 봉사활동에 동참하게끔 한다. 즉 신부는 주교의 지시와 인사이동 등에 복종하고 신자들은 성직자와 사목회의의 결과에 순명한다.
지금까지 서술한 것은 단지 6일간의 방문을 통해 주마간산 격으로 관찰한 극히 일부분이다. 그러나 이 부분적인 한국 교회의 모습은 우리 방문단의 마음에 불을 질러놓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그들로부터 많이 배워 예수께서 세상에 던진 불을 계속 퍼져나가게 해야겠다. 확실히 이렇듯 활발한 교회를 대면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교회는 세계 속에서 구원의 사명을 지니고 있음을 깊이 깨닫게 된다. 더 많은 대가를 치루더라도 세계의 빛과 소금이 되어 밀고 나가는 천직이 되고자 한다. 우리 모두 분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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