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와 양상추 케일 등 야채 농사로 연중무휴 수익을 올리고 있는 최재두(45‧데오파노)씨에겐 UR 파고가 새삼스런 어려움은 아니다.
산업화 과정의 홀대로 회생의 기미조차 없었던 농촌에서 최씨는 이미 7년 전부터 농업의 다각화와 유기농업을 통해 싱싱한 채소와 같은 무공해 농산물을 생산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 음성군 대소면 성본리,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36가구의 평균 나이가 50세를 넘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지만 최씨는 가톨릭 농민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언젠가는 수입쌀이 밀려 올 것으로 생각하고 일찌감치 쌀농사보다는 환금성이 높은 농작물을 재배해왔던 것.
최재두씨는 그때부터 이미 아무리 수입이 개방된다고 해도 수송상 문제점으로 채소의 수입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채소 재배를 새생명공동체와 한살림생협에 무공해 채소를 납품, 고소득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최씨의 새해 수확 목표는 금액으로 3천만 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일손을 일 년 내내 고르게 활용하고 안정된 판로가 확보돼 타 농가에 비해 비교적 안정된 농사를 짓고 있는 셈이다.
25종류의 채소류와 함께 벼농사도 유기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는 최씨의 총 경지 면적은 2천5백 평의 밭과 1천6백 평의 논으로 화학비료와 농약은 전혀 사용치 않고 유기농법에 의해 순수 무공해 농산물만을 생산해 내고 있다.
물론 일손을 일반 농사보다 몇 곱절이 더 들지만 땅을 살리고 살아있는 생명의 식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최씨의 고집이 결국 우루과이 파고를 견디어 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수확량이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할 때와 비료해서 30~50% 정도 줄고 소득도 적었지만 지금은 소득 면에서 훨씬 이익이 많지요.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이 많이 향상된 결과지요”
유기농산물을 성공적으로 재배하기까지 최재두씨는 그동안 벼농사에 제초제 대신 왕우렁이와 오리를 방목해 논에 풀을 제거하기도 하고 생산된 유기농산물의 판로를 위해 서울의 각 본당을 돌며 직접 판매에 나서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최씨는 유기농산물의 생산보다 판매가 더 어렵다는 것을 절감하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공동 판매망을 구축, 중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자신의 트럭으로 소비자들을 찾아가 농산물을 판매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농업도 이제 과학화가 돼야 물밀듯이 밀려오는 외국 농산물과 경쟁할 수 있다고 믿는 최씨는 요즘 유기 농산물로 재배한 무와 콩으로 순수 무공해 단무지와 메주를 만드는 시험을 하고 있다. 꾸준히 연구해서 맛과 영양의 차이를 보여 주겠다는 것이 최씨의 집념이다.
일손이라곤 부인 김영희(42‧요세피나)씨와 두 사람뿐이지만 우리 땅에서 생산된 것이 우리 몸에 가장 좋다는 신토불이를 굳게 믿고 있는 최씨부부에게는 이미 농사는 신앙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배운 것도 기술도 없이 도시로 떠나 어차피 도시 빈민으로 전락할 바에는 시골에서 우루과이 파고를 이길 수 있는 새로운 농법으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최재두씨.
그러나 최씨는 우루과이 파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민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농민의 실정에 맞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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