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는 심판에 대한 교리가 있다. 이 심판은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것으로서 예외가 없다. 인간은 죽은 후 자기가 살았을 때 행해온 행적에 따라 심판을 받게 된다. 착한 일을 하고 선행을 한 이들에게 주님께서는 상을 주시며 악한 일을 하고 악행을 일삼은 자들에게는 주님께서 벌을 주신다. 자녀들의 행동에 대해 부모님께서 벌을 주신다. 자녀들의 칭찬과 꾸지람으로써 다스리듯이 주님은 모든 인간들의 대부모로서 상과 벌로 다스리신다.
우리 인간에게는 누군가 자기 행동에 대해 상과 벌을 주시는 분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분이 안계시다면 우리 인간사회의 질서가 제대로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힘세고 권력 있는 자들의 횡포가 자행되는 약육강식의 살벌한 사회가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인간사회에는 인간의 교만, 오만, 폭력을 제압하는 법과 정의의 준엄한 심판이 있는 것이며 그리하여 억울하고 억눌리고 약한 인간이 보호받고 인간다운 품위를 지니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사회의 법과 정의는 객관적으로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고 그 존엄성을 보상해준다. 하지만 법을 관리하는 이들도 인간이므로 때로는 실수 할 수도 있는 것이며 여러 가지로 얽히고설킨 인간관계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심판은 그에 비해 인간의 판단을 뛰어넘으며 인간의 잘못된 판단도 올바로 잡아 주시는 분이다. ‘하느님의 판단은 올바르며 법과 정의가 그 어좌의 바탕이 된다’. 심판은 성서의 근본적 사상중의 하나이며 특히 신약성서의 묵시록과 구약성서의 시편에는 이러한 정신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야훼께서 영원히 왕좌에 앉으시고 재판하실 옥좌를 다지셨으니 정의로 이 땅을 다스리시며 공정하게 만백성을 판결하시리라’(시편 9,7).
그런데 하느님은 인간을 심판하실 분이시지만 인간의 행동 하나하나마다 즉각적으로 상과 벌을 주시지 않으시고, 그 심판을 죽음 이후로 유보하신다. 하느님은 인간의 행동에 인내로이 참으시고 인간이 회개하여 올바른 길을 가기를 기다리신다.
만일 하느님께서 인간의 모든 행위마다 그때그때 심판을 내리신다면 인간은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이 한때는 실수와 잘못생각으로 악의 길에 들어섰더라도 그가 때로는 회개하여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현재는 착한 인간이지만 그가 처한 환경과 인간조건이 변하여 악인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느님은 인간의 모든 행위를 죽음 이후에 전체적으로 올바르고 정의롭게 판단해서 선과 악을 밝히실 것이다.
그리스도교 교리에 의하면 심판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사심판으로서 이것은 인간이 죽은후 하느님 앞에서 개인적으로 받는 심판을 말한다. 두 번째는 공심판으로서 세상종말이 이루어진 후 죽었던 모든 육신이 부활하여 전체가 보는 앞에서 받게 되는 심판이다. 이 공심판에 의해서 잘잘못이 낱낱이 밝혀지고 오해가 풀리고 누명이 벗겨지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때가 될 것이다. 이때 선인과 악인은 분명히 가려지고 하느님의 올바른 심판은 빛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심판은 인간을 두렵게 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 하여금 올바른 생활로 이끄는데 있으며 착하고 올바른 삶 끝에 누리게 될 참 행복을 희망하게 해 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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