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세상을 살면서 누구나 커다란 꿈과 희망을 가집니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아름다운 생각과 원대한 포부로 지금 오늘의 삶을 풍요롭게 살찌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미래에 대해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며 오직 있다면 그건 죽는다는 엄연한 사실뿐입니다.
인생은 그런 의미에서 허무요 절망입니다. 오로지 죽음이라는 어둠을 향해서 걸어가는 불쌍한 나그네일 뿐입니다. 그리고 죽음은 모든 것을 삼켜버립니다. 모든 것을 부수고 깨뜨리며 뺏어갑니다. 그래서 죽음이 도둑이요 강도며 원수입니다.
그런데 예수라는 분이 죽자 죽음의 세계가 일시에 무너져 버렸습니다. 그분이 죽음을 뚫고 지나가시면서 죽음 속의 어두운 휘장과 모순을 벗겨주셨는데 거기에는 부활이라는 놀라운 세계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죽음은 결코 죽음이 아니었습니다. 인간은 이것을 몰랐습니다. 인생이 도대체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몰랐기 때문에 인간은 죽음 앞에 무릎을 꿇고 비굴했습니다. 그리고 비참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그분이 열어주신 세계를 통해서 우리의 미래를 분명하게 알고 있기 때문에 그는 실망하지 않습니다. 믿는 것만큼 행복 합니다. 그리고 믿지 못하면 믿지 못하는 것만큼 불행합니다.
복음서 (요한 20,19-31)에 보면 토마가 의심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예수님의 부활을 자기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도 토마를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확실하고 분명한 성격이 우리 맘에 듭니다. 그러나 주님은 토마에게 나타나셔서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우리는 사실 이 말씀 앞에서 비굴할 때가 많습니다. 어떤 땐 눈으로 보면서도 믿지 않으며 기도를 바치고 매일 미사에 참례하면서도 믿지 않습니다. 믿는 신앙인 안에 불신이 가득 들어 있으니 불쌍합니다.
어떤 형제가 집에서 막내로 귀염만 받다가 군대에 갔는데 자기 형이 마침 육군대령이라 더 편한 곳으로 보내달라고 형에게 떼를 썼습니다. 그러나 형 생각은 달랐습니다. 일단 군대에 들어왔으니 고생을 배워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판다하여 더 힘든 전방부대로 보냈습니다. 그것은 형의 남자다운 사랑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생은 형의 진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형을 미워하고 부모를 원망하더니 한 달도 못되어 이북으로 넘어가 버렸습니다. 그러자 집안이 발칵 뒤집혔으며 형은 장군이 될 시점에서 군복을 벗게 되었고 부모는 화병으로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불신들이 자신을 망치고 이웃을 망치는지 모릅니다. 믿으면 편안하고 행복한데 믿지 못하기 때문에 무서운 지옥을 살게 됩니다.
어떤 형제가 의처증을 가지고 있는데 눈으로 못 봅니다. 매일 얻어맞고 지내는 부인도 불쌍하지만 더 비참한 것은 의심하는 본인 자신입니다. 하루 종일 그가 하는 일은 마누라 의심하면서 세상을 온통 쓰레기로 만드는 일뿐입니다.
신앙은 한마디로 부활의 삶입니다. 부활이 아니라면 우리의 미래는 실로 절망이며 아무리 잘 살고 잘 먹어도 허무요 불행일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믿어야 합니다. 세상은 우리를 속입니다. 그러나 오직 한 분, 주님만은 우리를 속이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자신 있게 믿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활신앙은 머릿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에게서 이웃으로 튀어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사랑과 봉사라는 단어가 그런 것들 입니다.
‘평화의 마을’에서 버려진 인생들을 따뜻하게 돌보아주는 것도 부활신앙 때문이며 ‘꽃동네’에서 죽어가는 이들 곁에 참사랑을 쏟고 있는 봉사도 부활신앙 때문입니다. 레지오나 빈첸시오를 통해서 숨은 봉사를 하는 것도 부활신앙 때문이며 똥오줌 싸는 시어머니를 끝까지 공경하고 사랑하는 것도 부활신앙 때문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활신앙 안에서 빛나는 인생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함으로써 자신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켰는지 모릅니다. 믿으면 실로 안 되는 것이 없습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셨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이야 하거나 말거나 제 고집대로 살겠지만 믿는 이들은 신앙인답게 살아야 합니다. 우리가 믿음 때문에 손해보고 우리가 믿음 때문에 잃었던 모든 것들은 부활의 새벽에 다 찾게 될 것입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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