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추모공원 유해봉안소.
안성추모공원의 성당은 추모공원에서도 높은 자리에 있다. 성당이 보이자 성당 위쪽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진 계단식 벽이 보인다. 꼭 성당을 감싸 안는 듯한 모양이다. 고인의 유해를 봉안하는 곳이다.
교구는 사회적으로 묘지난이 가중되고 매장 중심의 장묘문화가 변화됨에 따라 1994년부터 유해봉안소(납골당)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납골당을 기피하는 당시 정서를 고려해 공청회를 진행하는 등 지역사회와의 소통과정을 거쳐 2000년에야 기공식을 열었고 2005년 준공했다. 4만2000기의 유해를 봉안할 수 있는 공간이다. 교구는 추모공원에 안치된 유해 가운데 20년이 지난 유해를 봉안소에 우선적으로 안치하고 이후 신자들의 유해를 봉안해가고 있다.
2000년 유해봉안소 기공식을 주례한 당시 교구장 최덕기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유해봉안소는 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동시에 고인에 대한 예를 갖출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장묘문화”라면서 “수원교구뿐 아니라 타 교구로 확대됨은 물론, 대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는 우리나라 장례문화가 빠르게 화장 중심으로 바뀌고 있어 더욱 관심을 받는 곳이다. 교회는 훈령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기 위하여」를 통해 “화장을 할 경우 유해를 흩뿌리거나 가정에 보관하는 대신 묘지나 교회 안, 봉안당 등의 시설에 모셔야 한다”면서 화장을 하고 남은 유해를 가정에 보관하거나 “공중이나 땅, 바다 등에 흩뿌리지 말 것”을 가르치고 있다.
유해봉안소에는 꽃과 사진, 생전 고인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는 사진들이 가지런히 장식돼 있다. 곳곳에 아직 시들지 않은 생화가 죽은 가족과 친구를 기억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게 한다. 우리나라의 정서상 죽은 이들이 묻힌 묘지는 두려움을 동반한 장소지만, 이곳에서는 오히려 정겨움마저 느껴진다. 죽음과 삶이 그리스도 안에 있는 모든 믿는 이들을 갈라놓을 수 없다는 믿음이 드러나는 듯했다.
가족 간 만남과 친교의 장을 지향하는 이 추모공원의 취지가 잘 느껴지는 모습이다. 설립 당시 ‘안성공원묘원’으로 불렸던 이곳을 ‘안성추모공원’으로 개칭하고 새롭게 단장했다. 추모공원에는 식당, 카페테리아, 휴게공간을 마련했고, 꾸준히 녹지를 늘려 자연 안에서 가족이 함께 만나는 공원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덕분에 공원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이곳이 단지 죽은 이들이 부활을 기다리는 공간이 아니라, 산 이들이 가족을 만나며 친교를 나누고 부활을 희망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