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1등 이대로는 안 된다. 세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은 너무나 많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숨기거나 모른 척 한다고 감춰지는 부분은 아니다. 우리 신자들이 먼저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선점을 찾아 실천해 나감으로써 부끄러운 모습이 바뀔 수 있다. 독자들과 함께 하는 ‘부끄러운 1등 이대로는 안 된다’는 4월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세계 2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대기오염에서부터 출발한다.
오늘도 서울시청 앞에 설치된 환경오염 측정 전광판은 서울의 대기오염도가 기준치 이하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 전광판을 보면 서울의 대기오염 심각성은 그저 기우일 뿐이다.
그러나 자동차로 빽빽한 서울도심을 돌아다니다 보면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하다. 집에 돌아와 옷을 벗어 보면 오늘 입은 옷인데도 불구하고 셔츠의 목부분에 새까만 때가 얼룩져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손을 씻어 봐도 마치 연탄을 나르다 온 사람처럼 시커먼 때 구정물이 줄줄 나온다.
우리가 체감하는 서울의 대기오염과 컴퓨터가 측정하는 대기오염의 정도는 왜 이렇게 다른 것일까? 정말 서울의 대기가 깨끗한 것일까? 위험수위에 다다른 것일까?
이런 의문가운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서울이 인구 1천만명 이상인 세계 20개 대도시중 멕시코시티에 이어 두 번째로 대기오염이 심각하다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해 우리에게 충격을 던져 주었다.
서울-대기오염 세계 2위. 정말 부끄럽기 그지없는 수치다.
우리가 체감한 것이나 보고 자료에 의하면 서울의 대기오염은 너무나 심각한데 환경오염을 측정하는 전광판은 왜 이렇게 청명한 하늘을 자랑하는 것일까?
현재 서울에 있는 대기오염 자동차 측정소는 모두 20여 곳이 있으나 모두 자동차 배기가스가 나오는 간선도로와는 조금 떨어진 주거지역이나 녹지지역에 설치돼 있다. 서울에서도 공기좋기로 소문난 관악산 등지에서 측정되는 대기오염은 당연히 언제나 맑고 깨끗한 공기를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기오염을 나타낼때 사용하는 주요 오염 물질은 아황산가스(SO₂), 먼지, 오존(O₃), 일산화탄소(CO), 이산화질소(NO₂), 탄화수소(HC)등 6가지이다. 이 중 대기오염도를 나타낼 때 대표적 지수로 인용되는 것은 아황산가스.
대기오염 세계 2위를 기록한 서울 아황산가스의 주범은 바로 각 가정과 우뚝 선 빌딩의 굴뚝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배출가스이다.
91년 서울에서 발생한 대기 중 아황산가스의 49%는 연탄, 19·1%는 벙커C유 및 경유 등 기름보일러에서 배출됐다. 68·4%가 난방으로 발생한 것이다.
최근 정부는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나타난 연탄 및 벙커C유 등 저질유 사용규제 뿐만 아니라 황 함유량을 점차 줄여나가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거두는 환경개선 부담금 중 3백억 원을 활용, 연탄사용 가구에 도시가스시설 대체자금의 50%를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의 업무용건물과 전용면적 25평 이상인 아파트단지에 대해 LNG(액화 천연가스)나 경유를 대체토록 했던 것을 이제 25평 이하의 소형아파트 단지에도 의무화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청정연료 보급을 확대키로 했다.
이러한 정부의 의욕적인 방안과 도시가스의 확대 보급에 힘입어 아황산가스의 농도는 그나마 매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오존,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탄화수소 등의 오염농도는 더욱 악화되어 가고 있어 여기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들 오염물질은 바로 자동차 연료에서 배출되는 것으로 폭발적인 자동차의 증가는 서울 하늘의 스모그발생 빈도를 잦게 하는 주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 의한 대기오염으로 폐암 환자가 급증, 우리의 생명을 조금씩 앗아가고 있다는 보고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배기가스에 대한 우려와 대책의 목소리는 너무나 작다.
자동차 한 대당 주행거리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우리의 자동차 이용은 이제 과용이 되어버렸다. 어디든 자가용을 몰고 다닌다. 심지어는 집 앞 슈퍼에도 자동차를 타고 간다.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아무 때나 자가용을 이용하고 또 갖고 싶어 한다. 내 집은 없어도 자가용만은 필수품인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자동차의 무분별한 이용, 너무 지나친 이용이 대기오염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교회 내에서도 벌어진 주일날 성당에 자가용 안타고 오기 운동을 비롯, 사회적으로 불고 있는 자가용 10부제 운행, 카풀제 등은 거리의 교통체증 및 연료사용을 줄이고 대기오염을 줄이는 첩경인데도 그다지 커다란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는 못하다.
또 자가용 10부제, 카풀제 등을 지킨다 하더라도 운전자가 나쁜 운전습관을 갖고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난폭, 조급한 운전은 배기가스 배출을 더욱 증가시켜 공기의 오염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다.
특히 급출발과 엑셀러레이터를 급하게 밟는 급가속, 기어를 증립에 놓고 액셀러레이터를 공회전 시키는 행위와 차는 정지시켜 놓은채 시동을 걸어놓는 정지가동 등 나쁜 운전습관은 연료소비 뿐만 아니라 그만큼 배기가스를 증가시켜 우리의 환경을 더욱 오염시키고 있다.
외국에서 살다온 한 신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차의 시동을 걸어놓고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허다하며 겨울철에는 아예 시동을 걸어놓고 집에 들어가서 자고 나오는 경우도 많다”면서 “외국에서는 1분이라도 차를 정지시킬 때는 반드시 시동을 끄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의 경우, 소형차보다도 더욱 많은 탄산가스를 배출하는 대형차를 선호함으로써 대기오염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8백cc의 티코가 1㎞를 달릴 때 60·1g의 탄소가스를 내뿜는 반면에 그랜저3·0은 2백98·1g으로 티코보다 3배나 많은 양의 탄산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거리로 나선 대형차의 행렬이나 자동차의 과용은 한가한 오후나 아침, 저녁의 출퇴근 시간을 가릴 것 없이 교통체증을 증가시키며 이때 시속 10㎞를 달리는 차는 50㎞를 달릴 때 보다 4배나 많은 탄화수소를 만들어 내고 있다.
부끄러운 세계 1위를 점유하고 있는 쓰레기 배출량이나 교통사고 사망률과는 달리 대개 대기오염하면 공장이나 선박 등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이 주범이며 우리의 생활과 관계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대기오염은 결코 우리의 생활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정부나 타인의 노력으로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나쁜 운전습관을 고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나의 잘못된 운전습관이 내가 마시는 공기를 더럽힌다는 생각을 항상 염두에 두고 올바른 운전습관과 교통질서를 지키는 것부터 비롯돼야 한다.
또한 자동차의 적절한 이용과 함께 부나 명예의 상징처럼 자동차의 크기에 집착하기 보다는 실용적이고 경제적으로 자동차를 사용하고 구입하는 것도 나부터 솔선수범해야 할 과제이며 또한 자가용 10부제 운행에 동참해야 한다.
각 가정에서는 난방기구들을 자주 청소해 줌으로써 연료낭비 및 오염물질의 방출을 줄이는 것도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실천해야 할 문제이다.
또한 지역사회 공동체인 각 본당에서는 같은 지역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카풀제를 실시, 친교의 시간과 함께 대기오염 줄이기 운동을 벌이는 것도 효과적이다. 또한 주일이면 자가용 안타고 오기 운동 등을 벌이는 등 신자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이런 작은 부분의 실천에서 우리의 부끄러운 1등이 자랑스러운 1등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깨끗하고 살기 좋은 나라는 우리 신자들이 먼저 실천하고 이뤄갈 때 이웃으로 교회로, 결국 사회 전체로 확대됨으로써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에 성체마크나 내 탓이오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면서 대기오염을 더욱 부채질한다는 것은 신자로서 더욱 부끄러운 1등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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