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간의 일상적인 행동에서, 갈등과 결단의 순간 속에서, 그리스도교가 제시하고 있는 십계명, 그 윤리강령들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더구나 최근 도덕과 윤리란 낱말 자체가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파괴되고 있는 우리네 삶속에선 ….
폴란드인으로 세계적인 감독의 자리에 우뚝 선 크르지스토프 키쉴롭스키(52)감독은 우리의 이 같은 물음에 10부작 연작영화 ‘십계’(Dekalog)로 답을 하고 있다.
최근 성베네딕도 수도원 시청각 종교교육 연구회가 우리말로 완역, 비디오로 제작출시한 ‘십계’는 십계의 한 계명씩 주제로 삼아 10개의 작품을 연작형식을 빌어 제작한 작품으로 이미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격찬을 받은바 있는 빼어난 작품이다. 키쉴롭스키의 십계는 십계명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십계명을 직접 옮겨 놓은 교육용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가 일상의 사연들이면서 그 모두가 십계명 가운데 하나와 연결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즉 현대인의 인간관계가 윤리문제를 주제로 다루면서 매 작품마다 인간행동의 복잡성을 십계라는 윤리규범과 관련지어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87년과 88년, 2년 동안 폴란드 텔레비전과 자유베를린 방송국이 공동으로 제작한 ‘십계’는 제5계 ‘사람을 죽이지 말라’와 제6계 ‘간음하지 말라’가 88면 칸 영화제 특별대상을 수상했으며, 89년에는 십계 전편이 베니스영화제 피프레쉬상을 수상,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서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과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으로 각각 소개된바 있는 5·6편은 사랑과 죽음에 관한 내용으로 십계의 주제상 핵심을 이루고 있다.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십계는 종교적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결코 종교를 강요하거나 드러내는 일 없이 종교적 문제에 접근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매 작품마다에서 관객은 갈등에 찬 주인공의 결단에 동참하기도 하고 결단을 보류한 채 고민하기도 한다. 즉 작품을 통해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전달하면서 십계명을 예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행동의 복잡성을 십계라는 윤리규범들과 관련지어 표출해 내고 있다.
많은 말이 나오지도 않고 설교를 하지도 않지만 십계는 결정의 순간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괴로워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기를 속임으로써 스스로 묶여있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킴으로써 인간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를 이야기 하고 있다. 바로 ‘당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내 삶이 될 수도 있는’ 내용을 통해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가치를 발견하기를 키쉴롭스키 감독은 기대하고 있다.
9명의 다른 카메라맨이 함께 작업함으로써 시각적 조형의 변화가 두드러진 십계는 한 작품의 주역을 다른 작품의 단역으로 재등장시킴으로써 작품의 연작성을 살짝 엿보게 하고 있다. 모든 작품이 독립적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 십계가 한 묶음의 작품으로서 완결성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작품마다에 등장하는 금발의 남자에 기인한다. 모든 작품에 등장하는 이 금발의 젊은이는 결정적인 순간에 주인공들과 마주치면서 마치 사건의 진행과 해답을 알고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결코 개입은 하지 않는다. 마치 딴 세상의 대표자같은 모습으로…
십계의 또 다른 장점은 기록적 성격이 강한 제5편에서부터 심리학적 실내극 형태인 제4편, 멜로드라마에 속하는 제9편, 영상으로만 설명하는 제5편, 그리고 산뜻한 코미디로 끝을 마무리한 제10편 등 다양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
10편 모두가 60분짜리 채색 영화인 십계는 고등학생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베네딕도 시청각 연구회는 우리말 자막 외에 전 작품의 이해와 토론에 대한 도움말을 주기위해 작품의 내용과 주제를 정리한 우리말 ‘길잡이’도 함께 만들었다.
가격은 각 편당 2만원씩 전 작품 20만원 ※연락처(02)279-7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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