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신자들은 소설, 영적도서보다 시집(詩集)을 덜 읽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시집이 어느 특별한 계층 사람들이 읽는 것쯤으로 알고 있는 일반인들의 정서에도 문제가 있지만 시를 단순히 시험보기 위한 수단으로 가르쳐 온 입시 위주 교육의 결과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서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시집들이 젊은 학생층에게 꾸준히 읽히고 있고, 젊은층 사이에서 시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톨릭계 출판사에서 발행되는 시집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히고 있는 시집으로는 단연 이해인 수녀의 시집을 꼽을 수 있다. 79년 「민들레의 영토」에 이어 내놓은 두 번째 창작시집인 「내 혼에 불을 놓아」(분도출판사)는 적나라한 시심의 목소리로 사랑의 기쁨과 고뇌, 신앙의 역설을 고백하고 있다.
또한 1970년부터 시작해 동심(童心)의 노래들을 발표한지 20년 만에 내놓은 이해인 수녀의 첫 동시집 「엄마의 분꽃」(분도출판사) 역시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읽으면서 모성과 동심의 끈끈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고 로봇과 컴퓨터 놀이에 익숙해진 삭막한 시대의 동심을 회복시켜 놓고 있다.
한편 환경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환경에 관련된 시집이 젊은 층들에게 읽히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산글방에서 펴낸「새들은 왜 녹색별을 떠나는가-생태계 환경시집」(고진하, 이경호 지음)은 지구의 근황, 오존 묵시록, 초록의 길, 생명의 아지랑이 등 전체 6부로 구분, 급박해진 지구의 생태환경을 고발하면서도 만물과 내가 같은 뿌리에서 나온 일체임을 예리한 어조들로 일깨워주고 있어 교육적 측면에서도 권장되고 있다.
또 우리에게 이미 번역문학가로 알려진 시인이자 외교관인 이동진씨의 10번째 시집인 「우리가 찾아내야 할 사람」(성바오로 출판사)은 독자들에게 사물과 인간을 있는 그대로 장소와 때와 살고 있는 현실사회를 좀 더 희망적이고 진실한 모습으로 만나게 하고 있다.
최근에 출판된 시집으로는 사진과 시를 함께 엮어 더욱 시적 정감을 살린 김현옥 수녀의 「그대를 찾아나서면」(성바오로 출판사)은 사진 한 장마다, 한 편의 시마다 언어가 되고 색깔이 되어 독자들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와 삶을 기도하게 하고 묵상하게 해준다.
이밖에도 한 시인이 자신의 구도적 삶을 고백한 「황홀한 초록빛」(성바오로 출판사 성찬경 지음), 한 영혼이 지닌 사랑과 빛을 이웃에게 나누어주는 아름다움을, 그 안에 역사하시는 하느님의 능력을 깨닫게 해주는 서정슬 시인의 「나는 내 것이 아닙니다」(성바오로 출판사), 또 자연의 섭리에서 바라보는 사물의 이미지를 고운 심성으로 그윽하게 기도하는 김명숙씨의 「작은사랑 하나」(성바오로 출판사) 등도 읽을 만한 시집으로 추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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