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진행된 제3기 기쁨과희망은행 창업대출사업 약정식.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갇힌 이들에게 희망의 빛을 주는 곳,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부위원장 현대일 신부) 산하 ‘기쁨과희망은행’(본부장 김일호)이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기쁨과희망은행은 출소한 지 3년 이내의 출소자와 피해자 가족의 자립을 위한 무담보대출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대출과 자본금 지원을 통해 꿈과 희망을 찾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2008년 창립했다.
출소자들의 사회적응과 복귀를 위해 움직이는 기쁨과희망은행의 비전은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실업과 사회적 낙인 아래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어려운 이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사업으로 손꼽히는 기쁨과희망은행은 1976년 방글라데시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에 의해 시작된 그라민은행(저소득층 대상 무담보 대출은행)에서 착안해 시작됐다.
현재까지 해당 기관을 통해 대출을 받은 인원은 205명이며 지원한 대출금액은 약 35억 원이다. 창업교육을 받은 인원은 약 400명이다.
대출은 창업대출 자금지원, 경영개선 자금지원, 자활 자금지원, 특별 자금지원으로 구분된다. 창업대출 자금지원의 경우 최대 2000만 원 이내 융자지원을 하고 있으며 연이율 2%, 1년 거치 4년 원리금 분할 상환으로 운용하고 있다. 대출자금은 개인이나 단체에서 후원하는 금액을 바탕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른바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들이 모여 만든 ‘착한 은행’의 소중한 금액이다.
대출 과정은 창업 기초교육 후 서류 심사, 현장 심사 진행, 면접 심사 후 의결, 필요할 경우 교육과 훈련을 받은 후 약정, 대출 실시, 경영 지원(사후 관리) 등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기쁨과희망은행의 목표는 창업교육을 통해 출소자의 인격을 향상시키고 삶에 대한 의지를 고양하는 것이다. 아울러 안정적인 사회정착을 돕는 것이 목적이다. 궁극적으로는 재범을 방지하고 출소자의 사회적 편견과 차별 인식을 전환시키고자 한다.
기관을 통해 자리를 잡고 안정적인 생활을 꾸려나가는 이들도 적잖다. 대출받은 지원금을 바탕으로 사업에 착수해 대출금액을 완납한 이들은 15명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하며 안정적인 정착을 할 수 있었고 마침내 빌렸던 돈을 갚는 쾌거를 이뤘다.
그러나 그간 10년이라는 세월을 걸어오며 어려움에 부딪힐 때도 많았다. 기쁨과희망은행 김일호(미카엘) 본부장은 “대출금이 많이 회수돼야 도움이 필요한 더 많은 분을 도울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면서 “그러나 작은 비율이지만 회수되는 금액도 분명히 존재하고, 은행의 목적이 절실한 분들의 손을 잡는 것에 있는 것이므로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의 말대로 수치상으로 따졌을 때 대출자금 상환율은 타 은행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숫자로 기쁨과희망은행의 가치를 따지기는 어렵다.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기관이 아니라 출소자에게 지속적인 응원과 더불어 사회에서 자리 잡을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곳을 거친 출소자들의 재복역률도 일반 출소자들보다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교정 효과가 확인된다.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 부위원장 현대일 신부는 “지난 10년간을 되돌아보며 구체적으로 출소자들을 도울 수 있는 적극적인 고찰이 이뤄져야 한다”며 “앞으로 다각적 접근을 통해 그들을 돕는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권세희 기자 se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