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좌담] ‘남북교류협력, 교회 역할은?’ 1차 - ‘남북교류와 종교교류 전망과 활성화 방안’
꾸준한 기도와 교류로 인식 변화와 관계 개선 이끌어야
‘남북교류와 종교교류 전망과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진행한 가톨릭신문 1차 기획 좌담회는 7월 11일 서울 명동 우리사랑나눔센터에서 열렸다. 패널로는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가톨릭대학교 신학과 김종수 신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이은형 신부,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변진흥 박사가 참석했다. 사회는 본지 장병일 편집국장이 맡았다.
일시 : 7월 11일
장소 : 서울 명동 우리사랑나눔터
■ 북미 정상회담 평가
-장병일 편집국장(이하 장 국장): 한반도가 화해와 일치로 한 발짝 나아가고 있는 가운데,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언론을 비롯한 각계각층에서는 조금씩 다른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종수 신부(이하 김 신부): 전반적으로 희망적이었다고 봅니다. 북미 정상회담은 앞으로 지속적 만남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합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의심하는데 북한 핵 문제는 목표가 아닌 대화로 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습니다. 만약 핵 문제가 아니었다면 북한이 미국과 직접적인 대화를 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 만남은 시작이고 평화를 위한 과정은 계속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회담 당사자들이 신뢰를 쌓는 일입니다. 상대가 의심스러울 때는 그냥 믿어버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믿음을 줌으로써 상대가 내 믿음 안으로 오게 하는 것입니다. 저들의 태도를 보고 그만두겠다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신뢰하고 인내하며 함께 가겠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은형 신부(이하 이 신부): 합의 내용에 대한 평가에 앞서 북미 정상의 만남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남북 분단 이후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만난 것은 처음 있는 일입니다. 북한의 핵 문제로 미국과 북한이 갈등한 것이 30년입니다. 어느 한 순간 한 번에 해결한다는 것은 너무 무모한 욕심입니다. 해결을 위한 긴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일방의 희생이나 양보가 아닌 상생하는 방식으로 이 과정을 이뤄갔으면 좋겠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서로를 신뢰한다는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희망을 주는 대목입니다.
▲변진흥 박사(이하 변 박사):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으로 남북 관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으로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까지 나아간다면 남과 북의 관계는 통일로 가는 과정에서 잠정적 특수 관계였던 것이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로 달라지는 것입니다. 공식적인 의미의 남북 평화 공존 시대가 열리는 역사적 전환점입니다. 이를 역사적 전환점으로 바라보는 공통의 인식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자신이 주체가 돼 중요한 변화들을 끌어가는 역량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에서는 방향성이 속도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속도에 대한 인내는 가능하지만, 방향성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속도 또한 낼 수 없습니다.
-장 국장: 그렇다면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 체제보장’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을까요?
▲김 신부: 외형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북한에게 핵은 대화를 위한 수단이었기에 결국 비핵화로 향할 것입니다. 그러나 절대로 핵을 다시 만들 수 없게 초토화하자는 주장은 잠재된 능력까지 뿌리뽑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북한이 받아들이기 곤란한 부분입니다. 북한도 안보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핵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흔히 리비아식 모델을 얘기하는데 리비아에서 카다피는 제거되는 과정이 섬뜩했습니다. 북한에 리비아식 해법을 얘기하는 것은 제거하겠다는 뜻으로 들릴 것입니다. 여러 모델을 얘기하지만, 북한의 현실에 맞는 지원과 방식이 필요합니다.
▲변 박사: 이번 판문점선언과 북미 정상회담은 ‘레짐체인지’(정권교체)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오랫동안 북한의 정권을 교체하거나 붕괴시키는 것이 목표였지만 북한은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고자 했고 그 결과 레짐체인지 시대의 종말을 선언한 것이 원칙적 성과입니다.
▲김 신부: 북한의 변화는 외부의 힘이 아닌 내부적 변화로부터 시작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스스로 변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지 외부의 힘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은 제대로 될 수 없습니다.
▲이 신부: 동의합니다. 그런 변화를 위해 교류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단절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교류를 통해 북한 내부적으로 변화가 시작되고 주민들의 의식이 변화하면 북한 권력층도 그 변화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입니다.
■ 남북 종교교류 방식
-장 국장: 민간 차원에서 본격적인 남북교류도 이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종교교류는 한국교회가 반드시 추진해 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남북 종교교류의 필요성과 방식에 대한 견해는 어떻습니까?
▲김 신부: 본격적인 종교교류는 현재로서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에 교회의 가르침을 전하기에는 여러 제약이 많습니다. 그러나 민간교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자 지원 협력보다 ‘인간교류’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자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말을 합니다. 결국 만남이 신뢰로 쌓이고 다른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이 신부: 교회 차원에서는 과거 큰 어려움에 부닥친 북한을 긴급구호 차원에서 도움을 주려는 활동들이 있었고 이것이 교류협력 사업으로 진전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보수 정권 재집권 후 북한 붕괴론에 교회도 영향을 받게 되고 대화도 단절됐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북한 체제 내에서 종교를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종교 문제는 북한정권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으로 민감하게 보기 때문입니다.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북한도 종교 문제를 완전히 외면하지는 않겠지만 중앙에서 강력하게 통제하는 형태로 움직일 것입니다. 추후 한국교회가 북한이 직접 성직자를 양성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등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북한의 수준에 맞춰 가야 합니다. 우리 것을 이식하려 하기보다는 그들의 입장에 맞추는 것이 우선입니다.
▲변 박사: 본격화될 교류에 대비해 한국교회 차원의 대북 정책이 필요합니다. 새롭게 시작된 남북 평화 공존 시대에 적합한 주교회의 차원의 단계별 이행안(로드맵)이 나와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바티칸과 깊이 있는 공조를 하며 앞으로 북한 종교 문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 학문적, 전문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김 신부: 대북 지원 단체들과 모든 교구 책임자들이 다 모여 우리 교회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의해야 할 시점입니다. 특히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가 교회 차원의 대북 정책을 확립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체제에 맞는 방향 정립이 필요합니다.
▲이 신부: 그동안 교회가 북한을 바라보는 방식도 북한 붕괴론이라는 틀 안에서 이뤄진 부분이 많습니다. 북한이 하나의 실체로 인정된 상황에서 우리가 북한을 어떻게 바라보고 움직일 것인가에 대해서는 연구가 부족합니다. 이는 우리가 풀어야 할 중요한 숙제입니다.
▲변 박사: 안보 패러다임이 평화 패러다임으로 바뀌는 시점입니다. 교회 안에서도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고 오히려 교회가 앞장서 평화 패러다임을 교육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이런 평화 패러다임이 평신도들의 삶 속에서 투영될 때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 열릴 것입니다.
■ 평화를 앞당기는 한국교회의 역할
-장 국장: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한국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평화를 앞당기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이 신부: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하는 것입니다. 전쟁이 날 것만 같던 분위기가 급전환된 데는 평화를 위해 기도해 온 교회의 역할이 있다고 봅니다. 기도 운동은 국제적 연대도 필요합니다. 또한 긴 분단 과정에서 갈라진 신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김 신부: 북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또 하나의 교류입니다. 본당 차원에서도 남북 관계 개선을 지향하며 기도 운동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안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을 만큼 기도 운동이 우선돼야 합니다.
▲변 박사: 저는 감사 기도회를 했으면 합니다. 열렬하게 평화를 기도해 왔는데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형태로 역사적 전환을 이룬 것은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이 은총을 담기 위해 감사 기도를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교회 안에서 총체적인 평화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역사적 전환에 발맞춰 우리교회의 인식 변화를 이끄는 캠페인이 필요합니다. 가톨릭신문에서도 평화연구소를 두고 남북문제를 자체적으로 연구했으면 좋겠습니다. 교회 언론이 신자들의 인식을 바꾸고 교회의 역할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7월 11일 서울 명동 우리사랑나눔센터에서 ‘남북교류와 종교교류 전망과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좌담을 진행 중인 장병일 편집국장, 김종수 신부, 이은형 신부, 변진흥 박사(왼쪽부터).
정리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
사진 권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