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교구 이주사목국 여름캠프 마지막 날인 7월 28일 월정리역 방문을 마친 참가 청소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전주교구 홍보국 제공
몇 주째 이어진 뜨거운 여름, 지역 본당에서 또래 친구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기 어려웠던 이주민 가정 청소년들이 들로 강으로 함께 나섰다.
전주교구 이주사목국(국장 황규진 신부)은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강원도 철원 한탄강과 평화전망대 등지에서 2018 청소년 여름캠프를 실시했다. 이번 캠프에는 초등부 5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19명의 청소년들이 참가했고, 자원봉사자 6명이 함께했다. 참가한 청소년들 대개는 어머니가 필리핀 출신인 이주민 가정 아이들이다.
사흘 동안의 짧은 일정이지만 참가자들은 야산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하고, 언덕길에서 사륜 모터사이클(All-Terrain Vehicle·ATV)을 타면서, 한탄강의 급류에서는 래프팅을 했다. 놀이를 통해 함께하는 즐거움을 만끽한 이들은 그룹 모임에서는 평소 나누지 못했던 마음 속 깊은 대화를 나눴다. 자연 속에서 기도하고 미사 참례를 하면서 이들은 하느님 안에서 하나로 뭉쳤다.
■ 여름캠프, 우리에겐 낯선 경험
여름캠프는 교구와 본당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체험이지만, 이주민 공동체 청소년들에게는 그리 낯익지 않다.
전주교구 이주사목국장 황규진 신부는 “이주민 공동체 가정들은 주말에 자녀들과 함께 구역 내 본당에서 신앙생활을 하기가 어렵다”며 “이주민 공동체 내에는 청소년을 위한 신앙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교구 이주사목국이 올해 이주민 공동체 자녀들을 대상으로 여름캠프를 마련한 것도 그런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이주민 가정 청소년들이 또래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즐거움 발견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자연 속에서의 공동생활 체험을 통해 서로를 배려하고 함께 도우면서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자는 것이 이번 캠프의 취지였다.
28일 이주사목국장 황규진 신부와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있는 청소년들.
7월 26일 사륜 모터사이클 타기에 나서고 있는 청소년들.
■ 무더위 아랑곳없이 하나 된 아이들
뜨거운 날씨와 처음 만난 아이들끼리의 서먹함을 걱정했지만, 예상 외로 아이들은 훌륭하게 빽빽한 일정을 소화했다.
첫날 프로그램은 서바이벌 체험과 사륜 모터사이클 타기였다. 프로그램 특성상 많은 활동량과 결속력이 필요했다. 실무자들은 걱정이 앞섰지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팀을 꾸리고 두 가지 체험을 모두 즐겁게 치러냈다. 어색함은 잠시였고, 아이들은 금새 형, 오빠, 누나, 언니를 부르며 서로를 배려하고 이끌었다.
둘째 날 한탄강 래프팅은 또 하나의 숙제였다. 더운 날씨로 초등학생 동생들이 투정을 부리자 고학년 아이들이 동생들을 챙겼다. 무려 35도를 넘어선 폭염에도 아랑곳없이 봉사자들을 포함한 25명의 참가자들은 오후 내내 함께 물놀이를 즐겼다.
마지막 날, 아침을 미사로 시작하고 마지막 여행지인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했다. 제2땅굴, 평화전망대를 거쳐,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의 기도’가 새겨진 종이 걸려 있는 월정리역을 찾았다. 분단의 가슴 아픈 역사를 배우고 하느님이 주시는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봉사자로 일정을 함께한 최혜정(안나)씨는 “이번 캠프를 통해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하느님을 만나고 즐거웠기를 바란다”며 “그 기쁨과 행복 속에서 이들이 진실한 신앙인으로 잘 자라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캠프가 끝나자마자 황규진 신부는 봉사자들에게 물었다. “내년에는 이 어린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할까요?”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