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담 순서 안내
1 ‘남북교류와 종교교류 전망과 활성화 방안’
2 ‘대북지원 이대로 좋은가? 어떻게 할 것인가?’
3 ‘북한인권 문제, 실상과 개선 방안’
‘대북지원 이대로 좋은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진행한 가톨릭신문 2차 기획 좌담회는 7월 18일 서울 명동 우리사랑나눔센터에서 열렸다. 패널로는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 장상협의회 민족화해전문위원회 위원 한경호 신부(꼰솔라따선교수도회 본원장),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북한이탈주민지원분과 대표 조성하 신부(도미니코수도회), 북한 내 결핵 퇴치를 위한 의료지원 활동을 펼쳐 온 유진벨재단 최세문(아녜스) 이사가 참석했다. 사회는 본지 장병일 편집국장이 맡았다.
▣ 한반도 정세, 기대와 우려 사이
-장병일 편집국장(이하 장 국장): 지금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급변하는 정세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한반도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북한 비핵화가 실현될 것으로 보는 낙관적인 견해와 실제로는 남북 관계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회의적 시각입니다. 본격적인 좌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현재의 남북관계,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시는지 들려주십시오.
▲한경호 신부(이하 한 신부):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은 한반도를 뛰어넘어 전 세계에 평화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도보다리에서의 만남과 산책은 짙은 안개 속에서 햇살 같은 희망을 보여줘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판문점선언의 내용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이 선언은 앞으로 남북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판문점선언의 합의 내용과 이후의 북한 행보를 지켜봤을 때 북한은 종전선언, 비핵화를 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비핵화와 종전선언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조성하 신부(이하 조 신부): 저도 동감합니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에 관해서도 얘기하고자 합니다. 장밋빛 전망은 이미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대한 우리 국민들, 우리 신자들의 시각 변화가 있지 않으면 외부적인 변화가 있다 하더라도 화합과 변화를 위해 나아갈 수 있을까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경제적 교류는 과거에도 이미 있었지만, 이념적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비판과 우려는 계속될 것입니다. 기대가 클수록 우리 안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이 극복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기대는 깨지고 엇나갈 수 있습니다. 분단 후 몇십 년간 이어진 국가 정책 때문이겠지만 우리는 북한과 총질하고 대립하는 것에 더 익숙합니다. 교육을 통한 인식전환이 필요합니다.
▲최세문 이사(이하 최 이사): 이번이 절호의 기회입니다.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의 창이 열렸다고 봅니다. 이 기회의 창이 닫히기 전에 두 정상이 튼튼한 성과를 바탕으로 종전선언과 평화체제로 나아갔으면 하는 것은 같은 마음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판문점선언 후 정부 관계자나 북한 관련 사업을 하는 실무자들을 만나 보면 너무 들뜬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휴전선이 열리면 바로 들어가서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처럼 들떠 있지만 실제로는 현재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희망을 품되 냉철한 마음으로 지금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판단할 때 문이 차츰차츰 열리고 보다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대북지원 가능성과 시점
-장 국장: 대북지원은 지난 보수 정권 들어 전면적으로 중단됐습니다. 평화 분위기 조성과 더불어 대북지원 재개 가능성과 시점에 대한 논의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최 이사: 유진벨재단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방북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는 새로운 사업을 시행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준비 작업이 꿈틀거리는 느낌입니다. 인도적 대북지원은 당장 재개될 수 있고, 재개돼야 합니다. 완전한 비핵화가 돼도 완전히 제재가 풀리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입니다. 리비아에서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이뤄지기까지는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리도 최소한 2년은 걸릴 것이라 보는데 그전까지는 아무것도 안 할 것인가 하면 절대 그럴 수 없습니다. 유엔 안보리 제재나 미국의 독자적 제재, 우리 정부가 내세우는 제재가 각각 있지만 제재 안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도록 종교계, 문화계, 시민사회가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조 신부: 안보리 제재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지원은 어느 정도는 이뤄지고 있습니다. 유진벨재단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경제적 교류도 가속화돼야 할 것입니다. 인도적 지원에서 경제 교류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습니다. 가능성은 늘어날 것이고 시점도 예상보다 더 빨리 올 것으로 봅니다.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 온 시민단체, 종교단체들이 물밑작업을 하고 있고 민간 차원의 교류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경제개발 선언을 한 상황에서 경제적 교류를 거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한 신부: 한국교회가 남북관계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치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종교가 할 수 있는 지원을 찾아야 합니다. 현재도 인도적 지원은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북한 핵개발에 따른 제재를 강화하면서도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은 계속 강조해 왔습니다. 대북지원의 가능성과 시점에 대해서는 바로 지금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교회는 북한의 취약 계층을 돕는 것에 더 힘을 보태야 합니다.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적극적인 대북지원에 앞장서며 제3의 창구를 열어가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 대북지원 방향성과 형태
-장 국장: 그렇다면 앞으로 이뤄질 대북지원의 방향성과 형태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조 신부: 북한 사람들을 만나면 대북지원이라는 말 자체를 언짢아합니다. 지원받는다는 것에 대해 자존심을 상해 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얘기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지원’이 일방적이라면 ‘교류’는 상생하고 협력하는 차원의 용어입니다. 대북지원도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교류의 성격에 바탕을 두고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좋든 싫든 그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접근하면 향후 여러 차원의 교류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신부: 교회가 엔지오(NGO) 단체가 돼서는 안 됩니다. 당장 필요한 것을 주고 힘든 일을 돕는 활동도 필요하겠지만 복음을 전하고 평화를 이루는 본래 목적을 잊어버리면 민간단체와 똑같아지는 것입니다.
▲조 신부: 북한을 몰락한 빈곤 국가로 바라보는 의식이 우리 안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을 내려놓고 대등한 파트너로서, 교회적 용어로는 ‘형제’로서 만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가 앞으로의 방향성과 형태를 결정할 것입니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냉철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크게는 평화라는 새로운 이념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설득하는 역할을 교회가 다 해야 할 것입니다.
▲최 이사: 말씀하신 것처럼 동등한 관계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진벨재단의 경우도 공통점을 찾아내 신뢰를 구축하고 작은 신뢰들을 꾸준히 쌓아가며 10년 넘게 지원 사업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남북의 정치적 상태와는 무관하게 인도적 지원의 통로는 언제나 폭넓게 열려 있도록 이번 기회에 남북과 국제사회의 포괄적 합의가 있었으면 합니다.
▣ 새로운 미래를 여는 노력
-장 국장: 향후 대북지원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노력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조 신부: 종교계, 시민단체 등이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포럼이나 교육 등의 형태로 모임을 계속했으면 합니다. 지금은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는 시기입니다. 북한은 체제의 특성상 하나의 단일 창구만이 있는데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우리 목소리와 입장을 모아야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단일화하는 것은 통제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있지만 당장 다양성을 추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최 이사: 유진벨재단은 북한 보건성을 협력 파트너로 인정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 위에 사업을 수행해 왔기에 지금까지 수많은 결핵환자들을 도울 수 있었습니다. 북한의 입장과 절차를 존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후원기관과 후원자에게 사업의 성과와 모니터링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노력을 해 왔습니다. 북한과 후원자들의 신뢰 모두를 얻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 신부: 한반도 평화를 위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호소는 국제 사회에서 큰 화제였습니다. 한 종교인의 관심이 이렇게 큰 역할을 하는 것을 보면 우리 교회도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는 교회 내 여러 기관단체들이 함께 교류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일정한 방향성이 필요할 것입니다. 또한 이산가족 문제에 교회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훨씬 예민합니다. 정치적 문제도 있고 비용 문제도 있습니다. 단순히 ‘만나면 좋지’라고 생각하기보다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교회가 파악하고 나섰으면 합니다.
7월 18일 서울 명동 우리사랑나눔센터에서 열린 2차 기획 좌담회에 참석한 장병일 국장, 한경호 신부, 조성하 신부, 최세문 이사(왼쪽부터)가 좌담을 진행하고 있다.
정리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
사진 최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