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열차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은 “가장 소외당하고 가장 외로울 때 함께해 준 종교계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고 말한다.
4526일. 2006년 해고된 KTX 승무원들이 복직을 위해 싸워온 날들을 헤아린 숫자다.
7월 21일 철도노조와 코레일이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던 KTX 승무원 180여 명을 ‘특별채용’하기로 합의하면서 김승하(가타리나) 전국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도 회사로 돌아가게 됐다. 7월 27일 서울 용산 철도회관에서 만난 김 지부장은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긴 시간이었고 그 과정에서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기 때문에 복직이 결정됐다고 기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저희와 함께 싸워주셨던 노회찬 의원이 갑작스레 영면하셔서 축하를 말하기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김 지부장은 26일 열린 고(故) 노회찬 의원 추도식에서 추도사를 낭송하기도 했다.
함께 투쟁하고 연대하다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람은 노 의원뿐만이 아니다. 2015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후 절망에 시달리던 해고 노동자 한 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첫 월급의 절반을 KTX 해고 승무원들을 돕는데 썼고 결국 드라마 제작현장의 불합리한 노동관행을 호소하며 스스로 세상을 떠난 tvn 고(故) 이한빛 피디도 있다. 긴 투쟁은 모두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KTX 해고 승무원들의 복직은 해고 후 복직을 다투고 있는 많은 노동자에게 새로운 희망이 됐다. 김 지부장은 “너무 길고 힘겨웠기에 이 길이 옳은 길이니 계속 가라고 말할 처지는 아니다”면서도 “우리의 사례가 용기를 내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례와는 달리 KTX 해고 승무원들의 복직이 합의에 이르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의 관심 덕분”이라고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특히 종교계의 지지는 큰 힘이 됐다.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후 해고 노동자들은 그동안 받은 임금 1인당 1억 원 가량을 반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때 종교계 원로들이 나서 중재안을 내놓았고 법원은 종교계 중재안을 받아들여 조정 권고를 내렸다.
김 지부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종교계가 노동자와 사용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중재자로서 합의점을 찾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더불어 “대법원 판결 후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을 때 꾸준히 곁에서 함께 기도하고 미사를 드렸던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가장 소외당하고 가장 외로울 때 함께해 준 이들 덕분에 KTX 해고 승무원들은 부당해고 후 회사로 돌아가길 바라는 노동자들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존재가 될 수 있었다.
김 지부장은 복직 투쟁은 끝났지만 최근 밝혀진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대응은 계속될 것이라 밝혔다.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공동 대응에 나설 예정입니다. 법률적 절차도 밟겠지만 나서서 행동하고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면 동참할 것입니다.” 또한 “아직 거리에 남아 복직을 위해 투쟁하는 해고 노동자들을 꾸준히 지지할 것”이라며 연대의 뜻을 전했다.
정다빈 기자 melani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