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호에서 노바씨아누스의 생애와 저서들을 살펴보았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그의 「성삼론」에 나타난 신학사상을 살펴보도록 하자.
성삼론(聖三論)
「성삼론」 저서는 그의 신학적 위치를 높여주고 보증해 주는 대표적인 저서이다. 이전의 신학자들은 플라톤 철학의 체계를 토대로 성삼론을 설명하였지만, 노바씨아누스는 여기서 벗어나 스토아 철학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변증론과 삼단논법을 이용하여 체계화시켰다. 이 작품은 아우구스티누스 이전까지 성삼론의 이론 체계를 가장 잘 정립한 저서였으며, 서방교회의 그리스도론의 대표적인 교과서 역할을 하였다. 성삼론의 교리는 요즈음 우리들에게도 그러하듯이 초대교회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설명하기 힘든 신비였다. 노바씨아누스는 당시에 유포되어 있던 독주론(獨主論:monarchianismus)이 지닌 두 개의 극단적이면서도 상호 배타적인 주장들을 논박하면서 교회의 올바른 가르침을 개진하려고 노력하였다. ‘독주론’은 한 나라 안에 한 군주만이 있어야 하듯이 하느님도 한 분만 계셔야 한다는 유일신(唯一神)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여기에 극단적인 두 가지 주장이 있었다. 그 첫째 형태는, 성부만 본래의 의미에서 하느님이고, 그리스도는 한 인간으로서 뛰어난 행실 때문에 하느님께 입양되어 신적 능력을 부여 받았을 뿐이지 본래 하느님이 아니라는 것인데, 이것을 ‘성자 입양설’ 또는 ‘양자(養子)론적 독주론’이라 부른다. 둘째 형태는, ‘양태론’(樣態論)또는 ‘성부 수난설’이라 부르는데, 성부 홀로 하느님이시고, 그리스도는 성부께서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신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십자가에서 수난하신 분은 결국 성부 자신이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설은 유일신(唯一神) 사상을 합리적인 방법으로 설명하려는 데서 오는 이단이었다. 이에 대해 노바씨아누스는 성부와 성자의 신성의 일치를 강조하고 동시에 그 구별을 역설하였다. 마치 바다와 파도의 관계처럼 성부와 성자께서 지니신 신적 본성은 일치하지만, 성자는 위격상 성부와 구별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전의 교부들이 사용했던 ‘성삼’(Trinitas)이란 용어를 쓰지 않는데, 그 이유는 하느님이 세 분 계시다는 소위 ‘삼신론’(三神論)의 오해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성삼의 관계에 있어서 ‘성자 하위론’ 또는 ‘성자 종손록’의 위험을 극복하지는 못하였는데, 즉 성자가 성부보다 하위인 것처럼 성신도 성자보다 하위라고 하였다.
그리스도론
노바씨아누스는 성자 그리스도의 역할을 여러 측면에서 설명하는데, 그 중에 중요한 것은 ‘위대한 의견의 천사’로서의 역할이다. 여기서 ‘천사’(angelus)는 하늘의 뜻을 인간에게 전해주는 ‘사자’(使者)또는 ‘계시자’란 뜻이다. 계시자로서의 그리스도의 역할은, 친히 육화하셔서 사람들에게 직접 계시하심으로써 절정을 이루게 된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설명은 그분께서 천사이시며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에 있다. 이 정의(定義)는 오직 하느님이신 성부께는 어울리지도 해당되지도 않지만, 그리스도께는 고유하게 적용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분은 자신이 하느님이시며 천사이시라는 사실을 계시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창세기 21,17에서 하갈에게 말씀하신 분은 성부가 아니라 그리스도이시다. 사실 그분은 하느님이시며 동시에 ‘위대한 의견의 천사’가 되셨다는 점에서 천사의 명칭이 그분에게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분에게 천사의 명칭이 주어진 것은, 성 요한이 말씀하셨듯이(요한 1,18), 그분께서 성부의 품안에 감추어진 뜻을 계시하시기 때문이다. 성부의 숨겨진 뜻을 계시하시는 성자께서는 성부의 뜻을 밝히 드러내 보이시기 위해 육화하셨으며, 따라서 그리스도는 인간이실 뿐만 아니라 천사가 되신다. 그분께서 천사이시며 하느님이시라는 것은 성서에도 잘 밝혀져 있다. 이것이 우리 그리스도교의 신앙이다. 만일 하갈에게 말씀하신 분이 그리스도이셨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천사를 하느님으로 만들든지 아니면 하느님 아버지를 천사들 중에 하나로 삼아야 할 것이다”(성삼론 18).
성령과 교회
노바씨아누스는 성삼의 제3위이신 성령의 위격에 대해 별로 언급하지 않지만, ‘빠라끌레도’(협조자)이신 성령을 성자의 구원사업을 완성시키시는 분으로 강조하면서 교회와의 관계를 부각시키고 있다. 성령은 구약의 예언자들에게 어떤 특별한 기회에만 역사하셨지만, 신약의 사도들에게 계속 함께 계시면서 인도하셨다. 또한 성령은 교회의 스승들을 가르치시어 이단의 오류를 막아주시고, 신자들에게 은총을 베풀어 주심으로써 교회를 진리와 성화 안에서 완전하고 흠없이 보존하신다. 성령은 성자 안에서만 완전하고 충만하게 거처하시기 때문에 모든 인간은 그리스도를 통해 성령의 은총을 받을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 세례 받으셨을 때 내려오신 성령은 우리가 세례받을 때에도 함께 내려오시기 때문에 성령은 우리 신자들의 새 출생의 주역이 되시고, 우리에게 불멸의 부활과 영원한 생명을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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