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기르실제/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어버이날 어머니의 은혜가 새롭게 생각나게 하는 때이다.
특히 평생을 홀로 살아야 할 사제들에게는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더욱더 간절하리라 짐작된다.
이러한 가운데 어버이날을 기해 김수환 추기경의 어머니를 비롯 주교, 신부들의 어머니들의 삶을 엮어낸 「영원한 은인, 영원한 연인」이란 책이 생활성서사에서 출판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책은 지난 89년 9월부터 생활성서에 ‘봉헌모성’이란 난을 통해 4년 동안 연재됐던 글 중 24명의 성직자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한데 묶어 퍼낸 것을 김수환 추기경·김동환 신부의 어머니, 남국현·학현 신부, 문정현·규현 신부, 안상인·상철 신부 등 형제신부들의 어머니를 포함 아들을 신학교에 보내고 그 뒷바라지를 하면서 느꼈던 어머니들의 애잔한 삶을 그리고 있다.
생활성서사 편집차장 김용기씨는 “특히 주교님들의 어머님들이 연세가 많아 취재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성직자들의 어머님들을 통해 이 시대의 성소와 어머니상을 구현할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밝힌다.
아들신부로부터 글을 받거나 직접 취재를 통해 만들어진 이 책에는 아들을 신학교에 보내고 끝없는 고통과 걱정 속에서도 자식이 성인 신부되기를 바라는 어머니들의 뜨거운 기도와 삶이 펼쳐져 있다.
“가슴에 파고들어 앉아 끌로도 못 파냅니다”
정양모 학모 운모 신부의 어머니 김옹중 여사(사비나·79세)의 말이다.
세 아들을 신학교에 보내고 신부가 되기까지, 신부가 되었어도 성인신부가 되기를 바라는 성직자의 어머니의 심정을 단적으로 들려주고 있는 말이다.
이렇게 평생 두 발을 편히 뻗지도 못하고 아들신부 걱정을 하면서 살고 있는 이들 성직자의 어머니들은 또한 한 번쯤은 수녀가 되고 싶었다고 한결같이 밝히고 있다.
수녀가 되지는 못했지만 결혼해 성가정을 이루고 아들을 신학교에 보내 훌륭한 신부로 길러낸 것을 위안으로 삼는 이들 어머니들의 모습은 어버이날을 맞아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현장에서 취재를 담당했던 수녀 기자들은 한결같이『신부님들이 효자들이 많다』고 밝힌다. 어머니가 장가간 아들보다 신부아들을 더 간절히 생각하는 것 같이 신부들도 어머니에 대한 효심(孝心)이 지극했다는 것이 이들의 말이다.
나자렛, 시골마을 외양간에서 아기 예수를 낳은 성 마리아의 삶, 십자가에 처형당한 아들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오열하는 어머니 마리아의 모습을 오늘날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성직자 어머니들의 삶 속에서 성소(聖召)와 어머니들의 바다와 같은 은혜를 다시 한 번 생각게 한다.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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