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6,1-7)
우리 모두는 다 죄에 사로 잡혀 있다(로마3,9). 그러나 자기를 뉘우치고 마음을 하느님께로 돌린다면 죄 지었다는 것은 구원받는데 문제 될 것이 없다.
이런 뜻에서 죄인이나 세리들이 회개하고 돌아올때 하느님의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생생하게 설명하는 비유 셋을 들었다. 이제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제자다운 지혜를 좀 이상한 비유를 들어 말씀하신다.
어떤 부자가 있다. 당시 갈릴래아에는 외국인이 많은 땅을 가지고 있으면서 현지 사람을 관리인으로 두고 있었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이다. 그 부자가 어떤 통로로 정보를 입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기 관리인이 의무를 게을리 하고 부정한 일처리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주인은 관리인을 불러 맡았던 일을 마무리 하도록 장부를 제출시키고 해고를 통고한다.
관리인은 주인과 멀리 떨어져 있었고 따라서 관리하는 재산에 대하여 상당히 넓은 범위의 권한을 부여받고 있었다. 이 관리인이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다. 그가 처리하던 재산은 큰 농장일로서 풍부한 농산물인 식용유와 밀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고 아마도 이 농산물들을 상인들에게 도매로 넘겨 팔게하는 일이있을 것이고 그 매매는 현금거래가 아닌 외상거래였던 것 같다.
그러니 그 상인들은 토지주인보다 관리인을 빚쟁이로 생각했다. 이러한 위치에서 있던 관리인에게는 비리의 소지는 언제나 도사리고 있었다. 해고통고를 받은 후 관리인은 앞으로의 호구지책이 난감하게 되었다는 것이 그의 독백에서 알 수 있다. 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 먹자니 체면이 말이 아니고…. 이것으로 보아 그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면서 비자금을 축적하여 사리사복을 채우지 않은 것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관리직을 수행하는 동안 무능력으로 일을 잘못 처리했거나 남의 재산을 낭비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처지에 당면하여 그는 당황하지 않고 곰곰이 생각한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내리는 훈시에서 제자가 되는 조건으로 세속적인 모든 것을 버릴 것, 십자가를 질 각오를 가질것, 어려운 일에 당면했을때 곰곰이 생각할 것 세 가지를 내세웠다(루가14, 25~33).
우리 모두에게 앞날을 어떻게 살아 나아가야 할지를 궁리하는 일만큼 더 큰 과제가 무엇이겠는가. 비리를 저지른 관리인을 나중에 가서 칭찬하는 이 비유의 교육적 목적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앞을 곰곰이 생각하는 태도. 세상의 자식들이라고 규정한 이 관리인 같은 사람들은 세상을 헤쳐 나아가는 방식이 어디까지나 세속적이다. 재물이나 돈을 놓고 잔꾀를 쓰는 것이 세상 사람들의 약은 수이다.
이 관리인은 곤경에 처해서 이러한 잔꾀를 생각해 냈다. 아직 모든 권한이 자기 수하에 있는 동안 일을 처리해야만 했다. 그는 재빨리 물건을 외상으로 가져 갔던 상인들을 부른다. 여기서는 두 사람이 불리었다. 팔레스티나의 농작물은 기름과 밀이 주종을 이룬다. 먼저 기름을 가져 갔던 사람을 불러 빚진 기름 1백말을 50말로 문서를 고쳐주었고 밀 1백섬을 빚진 사람에게는 80섬으로 문서를 고쳐준다. 물론 위조이다. 여기서 빚문서라는 것은 오늘의 일종의 약속어음같은 것으로서 빚진사람이라는 것은 남의 땅을 빌려서 사용하고 그 대신 자필로 문서를 써서 얼마후에 일정한 양의 소출을 바치겠다는 약속일 수도 있고 상인인 경우 곡물을 미리 가져갔다가 나중에 이자를 계산하여 얼마를 갚겠다는 것을 문서화한다.
기름 1백말이 문서에 적혀 있으면 처음 가져갔던 양에 이자를 계산하여 붙인 액수이다. 기름 한 말은 오늘의 38리터에 해당하고 1백말은 3천8백리터에 해당한다. 관리인은 빚진 사람에게 50%를 탕감해 주었는데 그것은 이자를 탕감해 준 것이다. 그러니까 약 2천리터의 기름을 탕감해 주었는데 이만한 양은 2내지 3헥타르의 토지의 소출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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