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은 교회의 엑스트라인가. 이러한 물음에 아니다고 대답할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동안 교회는 외형적인 성장에 쫓겨 장애인들이 교회를 찾을 수 있는 여건을 봉쇄하고 교회의 기본적인 의무에 속하는 미사참례마저 진정으로 허용하지 않은 결과를 빚었다.
특히 그 중에서 교회내 대부분의 성당들은 장애인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휠체어 통로나 점자주보, 수화미사,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위한 교재들을 갖추지 않아 정상인들만 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하고 장애인들의 성당 출입을 아예 배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서울교구 1백60여개 본당 중 휠체어 통로가 설치된 곳은 약 20여 개 본당. 전체 본당의 12%정도인 이러한 수치는 지방교구를 합칠 경우 이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이러한 시설현황만 봐도 장애인을 위한 교회의 배려는 구호와 전시효과에만 그치고 있을 뿐 실제적인 문제접근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다.
장애인 복지문제 관계자들은 교회의 장애인 시설확충이나 그들을 위한 관심에 앞서 장애인들이 쉽게 성당을 찾을 수 있도록 성당의 편의시설 확충에 최우선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회관계자들은 또 약 3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전체 농아자들의 선교와 1만여 명 신자농아인들의 미사참례를 위해 수화미사를 각 교구마다 몇 군데씩 선정해서 반드시 실시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수화미사를 상설 봉헌하고 있는 곳은 서울 수유동본당(주임 최서식 신부) 단 한곳뿐으로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봉헌되는 수화미사에는 서울 각지에서 몰려든 3백여 명의 농아인들이 참석, 수화미사를 통한 능동적인 미사참례를 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CBCK와 한국 가톨릭 농아선교회가 교회 처음으로 「수화 미사경본」을 발간, 전국적으로 통일된 수화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배려한 바 있다.
그러나 농아인들을 위한 수화미사는 수화를 할 줄 아는 사제와 봉사자 등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수화를 배우고 있는 사제와 신학생이 적어 수화미사의 활성화가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다.
정순오 신부(논현동 보좌)는 농아인들은 볼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이기 때문에 일반미사에 참례해서는 미사의 의미를 느낄 수 없게 된다며 “우선 서울지역에서 만이라도 동서남북으로 네 군데에 수화미사를 봉헌할 수 있도록 배려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교회 차원의 지원으로서는 1천여 명으로 추정되는 시각장애인 신자들을 위한 점자주보의 발간을 꼽고 있다.
점자주보는 한국 가톨릭 맹인선교회(회장 나종천)에서 서울주보를 간추린 점자주보를 매주 5백부씩 발간 선교회원을 중심으로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그러나 선교회서는 예산부족 등으로 비신자 장애인들을 위한 선교용 점자주보 발간에는 아직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전 교회 차원의 점자주보 발간이 강력히 요청되고 있다.
장애영역 가운데서도 정신지체 장애인을 위한 교리교재의 필요성이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정신지체 장애인의 경우 낮은 지능으로 정상적인 교리를 배울 수 없는 입장이지만 이들을 방치해서는 안 될 입장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교회에서는 몇몇 관심 있는 사람들이 교재나 지침서 없이 개별적인 교리교육을 시켜온 적은 있었지만 이를 체계적으로 가르칠 교재를 연구한 적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최근 정신지체 종교교육연구회가 발족돼 정신지체 장애인을 위한 교리교재를 만들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 가톨릭 사회복지회 양 헬레나 수녀는 “장애인들은 종교권 안에서, 적어도 교회 안에서만이라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를 위해 교회는 신앙교육자료 계발 등을 통해 사회에서 소외된 장애인들을 교회에서조차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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