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부활하시자 예루살렘이 온통 술렁거리게 됩니다. 자신들이 죽였던 예수가 다시 살아났다니 이건 참으로 놀랍고 해괴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식하게 보였던 제자들의 설교로 많은 유다인들이 예수를 믿고 따르는 것을 보고는 유다지도자들이 당황하게 되었으며 끝내는 권력과 결탁하여 교회를 박해하게 됩니다.
그들은 먼저 스테파노를 돌로 쳐 죽였으며 이에 놀란 신자들이 남으로 북으로 동으로 서로 피신하게 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피난 간 사람들이 흩어진 그곳에서 전도를 하여 많은 사람들을 그리스도교로 개종시켰다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사도8,5-17)에 나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 입니다.
필립보가 피신한 곳은 사마리아였습니다. 그는 거기서 감동적인 설교와 그리고 성령의 은사를 통해서 얻은 능력과 기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회개시켜 세례를 주게 됩니다. 그래서 베드로와 요한 두 사도가 사마리아에 달려가서 그들에게 안수의 기도를 함으로써 성령을 받게 해줍니다. 이것은 또 세례식 다음에 견진식을 거행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처럼 기쁜 소식은 박해의 바람을 이용하여 더 멀리 더 넓게 전파됩니다. 목에 칼이 들어가도 성령을 받은 사도들은 아주 담대하게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게 됩니다. 바로 그것이 주님께서 약속해 주신 성령의 은혜요 열매였습니다.
오늘 복음(요한14,15-21)은 최후만찬 시 예수님의 마지막 설교 내용입니다. 주님께서 이제 당신의 제자들을 세상에 남겨두고 떠나려 하니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무식하고 어리석었으며 겁도 많았습니다. 이제 스승이 떠나면 제자들은 오합지졸이 될 것이고 교회는 풍비박산이 날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성령을 약속해 주십니다. 무식한 제자들이 어떻게 전도하며 교회를 성장시킬 것인지를 직접 도와주실 것입니다.
사실 성령과 함께라면 안 되는 것이 없고 못할 일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성령은 그 자체가 하느님 자신이시고 또한 하느님의 위대한 기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모두 성령을 기대하며 소망해야 합니다. 믿는 이들 안에 성령이 살아계시지 않는다면 그는 실로 휘발유 없는 자동차요 알맹이 없는 깡통입니다.
제가 전에 있던 본당에 시장에서 나물을 파는, 막말로 어쭙잖은 자매님이 한 분 계셨는데 배움도 적으셨고 믿음도 약했습니다. 주일 미사에는 빠듯이 나왔지만 바쁘고 또 모르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봉사나 활동은 엄두도 못 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성령 안수를 받고 나서는 완전히 새로운 인생으로 변화되었습니다.
한번은 성당에 기도하려 들어갔더니 마침 그 나물 파는 아주머님이 어떤 할머니를 옆에 앉혀 놓고는 ‘이제 갈 곳이 어디겠느냐, 믿어서 은혜 받고 구원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전도를 하고 기도를 해주는데 어찌나 감동적이고 아름답게 보였던지 나까지 넋을 잃고 그 분위기에 빨려 들어간 적이 있었습니다. 분명히 성령의 역사하심이었습니다.
성령을 받으면 제자들처럼 어쭙잖은 사람들도 위대한 인생으로 빛나게 됩니다. 아무리 무식하고 천한 사람도 하느님의 능력과 지혜가 충만하게 됩니다. 그것은 실로 하느님의 선물이면서 동시에 그분의 위대한 사랑이십니다. 그러나 아무나 성령을 받는 것이 아닙니다. 한마디로 그릇이 깨끗해야 은혜의 성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성서에 보면, 성령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회개가 필요하며(사도 2,38)또한 서로 용서해야 합니다(요한 20,23). 더러운 오물을 잔뜩 부둥켜안고 있는 상태에서는 하느님께서 아무리 소나기 같은 은혜를 내려주신다 해도 담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 예수님의 말씀처럼(요한 14,15-21 참조) 주님 사랑하는 마음으로 계명을 지켜야 합니다. 그것이 성령을 얻는 방법입니다.
자녀가 진정 부모를 존경하고 사랑한다면 그는 부모님이 원하시는 것을 찾아서 행하게 됩니다. 부모님이 공부를 원하시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일을 원하시면 일을 부지런히 합니다. 그러면 부모님들은 당신의 모든 것을 자녀들에게 베풀어 주십니다. 하느님과 우리와의 관계도 마찬가집니다.
우리는 이제 성령께서 제자들에게 강림하신 사건을 기념하게 됩니다. 우리도 똑같이 그분의 은혜를 받아야 합니다. 보다 더 그분의 능력과 은혜로써 살아야 합니다. 따라서 자신을 깊이 성찰하여 깨끗하게 비우고 하느님 사랑하는 마음을 이웃에 전하도록 합시다. 성령의 은혜가 충만할 것입니다.
『나는 너희를 고아들처럼 버려두지 않겠다.』(요한 1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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