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순>
①총론-수도교구, 거대교회
➋교세통계표
③명례방과 명동대성당-민주화로 가는 길목
④한마음 한몸으로
⑤소공동체, 기초공동체-2천년대 복음화
⑥한국을 움직이는 사람-김수환 추기경
현재 서울대교구 신자수는 정확하게 1백만명하고도 1만9천5백14명이다. 물론 92년말 현재 통계표에 다른 수치다. 어떤 집단의 성격을 규정지을 때 수치는 가장 손쉬운 표현수단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물량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사회적 현상 속에서 보면 1백만명을 넘어선 서울대교구의 신자수는 이미 그 자체로도 대단함을 지니고 있다. 그 뿐인가. 1백만명이라는 수치는 한국 천주교회 전체 신자의 33.2%가 서울 신자라는 사실을 그대로 웅변해준다. 그것은 결국 수치상으로도 서울대교구가 한국교회의 대표주자임에 틀림없다는 객관적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인구 대비로 본 서울대교구 신자화율은 약 8%정도를 넘나들고 있다. 정확히는 8.44% 정도다. 이는 복음화란 대명제를 놓고 본다면 자랑할 만한 신자화율은 결코 아니다. 선교 역사로 볼 때 1백년이나 뒤떨어지는 개신교의 신자화율과 단순비교만으로도 우리의 신자수가 얼마나 미미한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인구대비 신자화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서울대교구가 몇 년 전부터 본당의 ‘비대화’란 몸살을 앓고 있고 본당의 비대화는 서울대교구의 최대 해결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서울의 본당 신자수는 평균하여 약 7천명선. 이쯤 되면 공동체란 단어를 사용하기가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5천명, 아니 3천명이 넘는 본당에서 신자들이 서로를 알고 지내기는 무리다. 아마 모르긴 해도 그들은 ‘같은 하느님’을 믿는 ‘영원한 타인’으로 계속 존재해야만 하는지도 모른다. 본당이라는 울타리는 더 이상 그들을 ‘공동체’라는 용어 속에 묶어둘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양적팽창 과정
서울은 오래전부터 공동체를 체험하고 이웃과의 친교를 느낄 수 없는 삭막한 도시의 전형을 하고 있다.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늘어난 인구는 ‘사람이 사람으로 인하여 숨 막히는’ 거대한 서울을 탄생시켰다.
급격한 산업사회로의 전환과 농정의 거듭되는 실패가 몰고 온 인구의 도시집중화는 교회 신자수를 변화시키는데도 정직하게 적용되었음은 물론이다.
서울의 비대화, 서울대교구의 양적팽창을 보다 확실하게 살펴보기 위해선 지난 15년간 변화된 교구의 몸체를 비교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우선 신자수를 살펴보자. 지난 77년 본보는 서울의 인구수를 약 7백50만명으로 집계하고 있다. 물론 이 수치는 76년 말의 통계로 보아야 할 것이다. 당시 신자수는 28만8천8백27명. 지난해 말 신자수가 1백만명을 넘어섰으니 15년간 3배가량의 신자가 늘어난 셈이다.
15년 동안 3배수가 늘어난 신자수도 놀라운 일이지만 그보다는 인구대비 신자화율 이 더 큰 놀라움을 안겨준다. 인구대비 신자화율 역시 3.85%에서 8.44%로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91개 본당이 산재했던 당시 서울대교구의 본당별 평균 신자수는 약 3천명이 조금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1백47개로 늘어난 지난해 본당수에서 다시 평균치를 구해보면 현재 서울대교구는 한 본당에 약 7천명이라는 신자가 포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지적대로 7천명의 신자는 본당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공동체로 묶이기 힘든 수치다. 사귐과 나눔의 공동체로써 형제적 사랑을 나누기에는 넘치고 과한 숫자다. 불과 3천명이라는 본당의 공동체가 신자상호간의 인격적 만남을 이룰 수 없었다면 7천명이 한공동체로 묶여있는 오늘의 현실은 과연 어떤 말로 설명 될 수 있을까.
이미 신자수에 있어 3배수의 증가를 보인 서울대교구는 지난 15년간 본당이 91개에서 1백47개로, 성직자가 2백87명에서 5백50명으로 늘어났다. 늘어났다는 점에서는 같은 점수를 줄 수가 있지만 문제는 성직자 증가 수나 본당 증가수가 신자 증가폭을 따라잡지 못했다는데 있다. 결국 서울대교구는 본당의 비대화를 복음화의 장애요인으로 꼽았던 당시의 문제점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미 15년 전 인구의 도시집중화를 염려하고 복음화의 장애요인으로 꼽았던 진단이 그대로 적중하고 있음을 지켜보는 일은 참으로 착잡하다. 도시집중화가 동반하게 될 몇 가지 문제점을 제시하면서 당시 본보는 분명히 이에 대비한 사목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결론으로 제시한바 있다. 물론 도시화로 인한 인구의 유동성을 중심으로 교회가 직면한 문제가 비단 서울대교구만의 것은 아니었음도 함께.
바른 치유방안
병도 원인을 알면 치유가 쉬워진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안다면 서울대교구의 고민도 더 이상 고민이 될 수 없다. 바로 서울대교구의 문제는 “많은 신자가 아니라 신자다운 삶을 살아나가기가 힘든 여건”일 뿐이다. ‘신자다운 삶’이란 신자 상호간에 형제적 친교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귐과 섬김, 나눔을 실제로 사는 공동체를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바로 봉사하는 공동체, 복음을 사는 공동체를 의미할 것이다.
본당이라는 공동체가 만일 힘과 여유를 가진 또 하나의 ‘이익집단’으로만 존재한다면 교회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스스로 던져야만 할지 모른다. 물량주의와 대형화에 익숙한 의식구조 안에서 교회다운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자라는 공통점으로 함께 묶인 이웃 안에서 그리스도의 삶을 나눌 수가 없다면 교회는 더 이상 복음화의 주체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서울대교구의 고민이기도 하고 한국교회 공통의 숙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본당이라는 구심점을 향해 사람들을 모아들이는 속지적(屬地的)사목방법에 더 이상 미련을 두어야할 필요가 없다는 사람들의 지적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