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3일 수원교구 갓등이 피정의 집 신축공사 기공식.
갓등이. ‘갓을 쓴 등불’이란 의미의 이 말은 박해시대 사제를 부르는 은어였고, 사제를 보호하던 이곳 교우촌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교구의 첫 본당, 왕림본당과 교구 성소의 요람인 수원가톨릭대학교가 있다. 교구의 역사 안에서 교구 전역으로 힘차게 복음을 전해온 이 갓등이는 교구 신앙의 요람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교구는 이 갓등이에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를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독정길 34에 있는 갓등이 피정의 집이다.
피정의 집 입구에 들어서니 지은 지 조금 오래된 건물과 새 건물이 비스듬하게 함께 서있었다. 조금 오래된 건물의 역사를 들여다보니, 이곳이 성소를 위한 공간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건물은 1999년 위로의 성모 수녀회가 수련소로 사용하던 자리다. 불행과 궁핍을 겪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위로를 전하는 수녀회의 카리스마를 수련자들에게 전하던 공간이었다. 그리고 이 공간은 다시 수녀회의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피정 공간으로 변화했다.
수녀회 공간이었던 이곳이 교구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를 위한 터전으로 변화한 것은 2010년부터다. 교구는 왕림지역 성역화 작업의 일환으로 수녀회가 운영하던 피정의 집을 인수하고, 교구 청소년국의 프로그램 운영 공간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교구 설정 50주년을 준비하던 교구는 2009년부터 청소년사목 활성화를 위해 다각적 측면에서 대안을 모색하며 연구하고 있었다. 그 방안 중 하나가 바로 청소년교육시설 마련이었다. 2013년 교구 설정 50주년 개막미사를 기해 발표된 청소년사목지침서 「청소년은 미래 교회의 주인」은 “청소년들이 그들의 가톨릭문화를 만들어내기를 희망하고 나아가 또래사목의 주도자가 되기를 희망한다”면서 “이런 희망은 청소년들의 신앙교육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 및 그들만의 공간이 확보됨으로써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지침서는 1999~2001년 열린 교구 시노두스의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고 2009~2013년에 걸친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지침이다.
지침서가 구현하고자 하는 ‘청소년센터’는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갓등이 피정의 집은 교구 청소년·청년들의 피정공간이자 봉사자들의 전문 교육의 장으로서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의 토대가 돼 왔다. 교구 청소년교육센터의 시작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2012년 갓등이 피정의 집 신축 축복식 강론을 통해 “갓등이 피정의 집의 마련은 사목교서의 3년간 실행의 결과이며, 수원교구 설정 50주년을 기념하는 첫 번째 성과라고 볼 수 있다”며 “이곳을 찾는 모든 청소년·청년들이 자신들을 초대하신 하느님을 만나고 체험하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