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일상 다룬 임종진 사진전
이념 넘어 담아낸 북녘의 민낯… “사는 거이 다 똑같디요”
여섯 차례 북한 방문하며 작업
남북 정서적 일치점 찾는 여정
26일까지 서울 갤러리 류가헌서
“정서적 통일은 예술이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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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임종진은 “남과 북이 하나 돼, 사진 속 그들을 다시 만난다면 웃음으로 맞이하고 싶다”고 말한다.
굶주림에 비쩍 마른 아이들, 억압적인 분위기, 무서우리만큼 경직된 군인들…. 북한 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이다. 하지만 사진가 임종진(스테파노)의 카메라 렌즈 너머에 비친 북한의 모습은 좀 다르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여섯 차례 북한을 방문한 그는 대동강 강변공원에서 쪼그려 앉아있는 두 남성의 뒷모습에서 이질감이 사라지는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그는 “그들의 앉은 자세를 보며 우리랑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눈으로 마주하니 이마저도 감동이었다”고 밝혔다.
그가 바라본 북한의 일상이 담긴 사진전은 8월 26일까지 서울 자하문로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사진전에서는 그의 사진 11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의 퇴근길 모습부터 대동강 강변에서 만난 대학생들, 공원에 나들이 온 유치원생, 집단 체조를 끝내고 나오는 학생들 모습, 연인들이 손잡고 데이트 하는 모습 등 우리와 같은 그들의 삶이 담긴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 사진들은 ‘우리가 얼마나 같은가’에 초점을 두고, 남과 북의 정서적 일치점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인 셈이다. 그는 “이념의 장벽 안에 가려 보이지 않던 삶들이 눈에 들어왔다”며 “두려움의 시선을 거두어 보니 그 장면들이 새롭고 놀라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남과 북이 공감할 수 있는 무엇을 찍고 싶었다”면서 “환하게 웃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림 선생! 사는 거이 뭐 다 똑같디요. 무엇이래 좋아서 그리 찍습네까? 하하.”
그가 북한 방문 당시 북측안내원에게 수없이 들었던 말이다. 북한의 평범한 일상을 담는 그가 신기했던 것. 그도 어린 시절에는 미술시간에 북한사람들을 ‘머리에 뿔난 도깨비’로 그렸다. 하지만 그는 “북한에서 인민군과 눈을 마주친 순간의 설렘은 꽤나 달콤했다”고 회상한다. 필름 속의 그들은 더 이상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선남선녀들로 다가왔다.
전시장에는 탈북자들도 많이 찾는다. 고향을 생각하며 눈물을 훔치고 가는 이들도 있다. 그는 언젠가 평양에서도 이 사진들이 전시되길 꿈꾼다.
“정책적인 통일은 정치가 한다면, 정서적인 통일은 민간 그리고 예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진들이 그렇게 쓰이기를 바랍니다.”
하느님 말씀을 바탕에 두고,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그는 ‘작아보여도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한다. 스스로 ‘사진 치유자’라고 소개한 그는 “피부색이나 빈곤, 장애 등으로 사람의 삶을 규정하거나 낮추어 바라볼 수 없다”면서 “이들의 삶이 생명으로서 얼마나 가치 있는지 그 가치를 사진으로 드러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사진치유기관 ㈜공감아이 대표로서 사진이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연구 중이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