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영성적 작품들
신자들의 윤리와 영성생활에 관한 떼르뚤리아누스의 저서는 16개 있는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4부류로 나누어 특징있는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순교·영성적 저서들
「순교자」는 초기의 작품으로서, 떼르뚤리아누스는 자신의 입교 동기가 되었던 순교자들의 굳은 믿음과 영웅적인 용기에 대해 감동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당시 감옥에서 처형을 기다리고 있던 예비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이 저서를 썼다. 「인내론」은 신도들이 지녀야 할 인내의 덕의 필요성과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인내는 주님을 닮을 수 있는 훌륭한 덕이며, 악마의 유혹을 이길 수 있는 무기이다. 그리스도의 삶은 인내와 순명의 삶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신도들도 인내로써 신앙을 고수하고 구원의 길로 정진하며, 순교의 고통까지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월계관」은 군대 병영 안에서 신자군인이 우상숭배에 뿌리를 둔 월계관을 쓰기를 거부함으로써 순교하게 된 사실을 묘사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당시의 많은 신자군인들이 신앙을 위해 순교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여성의 윤리와 결혼에 관한 저서들
떼르뚤리아누스는 여자들의 윤리에 대해 매우 엄격한 편이었다. 「여성 복장론」에서 그는 여신도들에게 시대적 유행의 노예가 되지 말고 단정한 옷차림을 할 것을 권하고, 금, 은, 보석 등의 장신구나 화장품은 교만과 원욕을 자극하는 악마의 발명품이라고까지 혹평한다. 이 저서에 의하면, 당시 이 여인들이 루주를 사용하고 머리 염색도 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그는 올바른 몸가짐과 절제로써 정결한 몸을 간직하도록 권한다. 「부인에게」는 떼르뚤리아누스 자신이 죽을 위험에 처해있음을 예측하고 부인에게 영적 유언 형식으로 쓴 작품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재혼을 하지 말도록 당부하면서, 결혼이 지니는 신성성, 성사성, 불가해소성(不可解消性) 등을 상기시키고 있다. 그리고 신자와 비신자 사이의 결혼은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라고 권한다.
기도와 재계
「기도론」은 예비자들을 위해 쓰여진 작품으로서, 그는 구약의 기도와 신약의 기도를 비교하면서 가장 완벽한 기도문인 ‘주의 기도’를 해설한다. 그리고 기도할 때에 무릎을 꿇고, 일어서고, 손을 올리고, 목소리는 낮게 하라는 등 기도의 실천적인 요소들을 강조하는데, 이런 것들은 하느님께 대한 존경과 사랑의 표시이며 겸손과 자제의 의미라고 설명한다. 「재계론」(齋戒論)은 213년 이후의 작품으로서 몬타니즘적 엄격주의가 엿보이는데, 그는 일체의 양념이나 맛있는 음식을 취하지 않도록 한엄한 재계 방법을 제시하면서 가톨릭교회의 느슨한 재계방법을 비판하고 있다.
죄사함의 문제
「통회론」은 신자들의 죄사함의 가능성과 그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세례성사가 죄사함을 위한 유일하고 결정적인 방법임을 강조하고, 성세받은 후 범죄하였을 경우에 단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고 말한다. 이 두 번째 죄사함을 받기 위해서는 파문받은 신자가 공적 고백을 하며, 교회에서 지정한 참회와 화해의 절차를 어떻게 거쳐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 저서는 교회가 사죄권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해 주고, 초대교회에서 실시되었던 고백성사의 방법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이다. 그러나 몬타니즘에 빠진 다음인 213년에 저술한 「수치론」에서는, 제도적인 가톨릭교회에 사죄권이 없고 대신 영적인 교회만이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우상숭배와 간음과 살인 세 가지 중죄에 대한 죄사함의 가능성을 배제시켰다.
신학사상-신앙과 이성
그는 신앙을 설명하기 위해 이성적인 논리를 사용하기 보다는 모순을 통한 역설적 설명을 더 좋아하였다.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에 나는 믿는다”(Cerdo quia absurdum)란 식의 표현은 그의 저서들에 자주 나오는 개념이다. 예를 들면, “하느님의 아들이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는 사실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다. 하느님의 아들이 죽으셨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기 때문에 믿을 만하다. 묻히신 분이 부활하셨다는 사실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확실한 것이다”(그리스도의 육신 5,4)라고 선언한다. 또 “아테네와 예루살렘이 무슨 상관이 있으며, (철학의) 학파와 연구소가 어떻게 교회와 화합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사실 솔로몬 행각에서 받은 가르침은 순수한 마음으로 주님을 찾아야 하는 가르침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더럽히고 때 묻게 할 온갖 사상, 스토아, 플라톤, 변증론 등을 멀리 버려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지닌 우리가 어떤 다른 체계와 논쟁하거나, 복음 이외에 어떤 것을 더 찾을 필요가 있는가. 우리가 지니고 있는 이 믿음 외에 다른 어떤 것도 필요치 않다”(이단자 규정 7). 따라서 그는 신앙과 이성, 신학과 이교철학 사이의 조화를 꾀하기보다는 이성에 대한 신앙의 초월성과 독특성을 강조하면서 새로운 삶의 결단을 역설한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알렉산드리아의 동시대 교부들인 클레멘스나 오리게네스가 신앙과 이성 또는 성서와 철학의 조화를 시도한 입장과는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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