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사이의 도박이 심상치 않다.
고스톱, 포커는 물론 전자오락, 즉석복권, 동전을 이용한 짤짤이, 판치기 등의 도박이 특히 남학생들 사이에 널리 유행하고 있어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황금만능주의와 사행심을 조장할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상습적으로 이러한 도박을 실시하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으나 여기에 대한 대책은 고사하고 실태조사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여서 청소년들의 도박중독에 대한 주의가 요청되고 있다. 또한 청소년들을 위한 건전한 놀이감, 올바른 여가선용의 방법 및 마음 놓고 뛰어놀고 꿈을 펼칠 수 있는 문화공간의 마련이 시급히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청소년들의 도박실태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지난 90년 한국 청소년 연구원이 발표한 ‘청소년 유해환경의 실태와 대책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4천9백65명의 조사대상자 중 전체 응답자의 22.4%가 일 년 동안 도박을 해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남자 중고등학생 1천4백59명 중 한 달에 1~2회 정도 도박을 한 비율은 각각 6.8%, 9.0%에 달해 도박중독증에 빠진 학생 청소년들이 상당한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도박은 가출이나 흡연 등의 비행과 달리 눈에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락적인 측면에서 대다수 학생들이 동참하기 때문에 청소년들 스스로도 혐오감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만 되면 습관적으로 판치기(동전은 책이나 판 같은 곳에 올려놓고 손바닥으로 쳐서 동전을 뒤집는 게임)나 짤짤이 등을 하는 친구들이 4~5명은 된다”는 김조형군(17·서울○공고)은 “아예 수업시간에도 주머니에 동전을 넣고 소리 안 나게 집어서 홀짝 게임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남자 고등학생들의 경우 고스톱은 수학여행, 소풍 등의 학교행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고정 메뉴임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심지어는 ‘섯다’ ‘포커’ 등의 팀이 짜여 방과 후 각각 한 학생의 집에 모여 도박판을 벌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학급회의 시간에 도박의 나쁜 점을 반 학생들과 토론하고 절대로 교실에서는 하지 말자고 토의 주제에 올려 실천사항까지 만들지만 1~2일만 지나면 다시 도박이 성행한다”는 이동형(16·스테파노)군은 “선생님들도 교실 안에서의 도박의 심각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중독성 도박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기는 하지만 청소년들의 도박은 그 뒷전에 가려져 그 심각성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청소년의 중독성 도박은 거짓말, 도벽, 범죄 등으로 이어져 청소년 비행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청소년의 도박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박의 위험성을 적극적으로 교육시키는 것”이라는 일선 교사들은 “입시위주의 교육풍토 속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문화프로그램 개발 및 휴식공간 마련이 가장 시급히 이뤄져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 집 건너 술집과 카페, 당구장과 전자오락실 등 청소년들에게 가면 안 될 곳만 있는 학교나 집주변에서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놀이란 고스톱과 짤짤이 등의 도박과 폭력과 섹스가 난무하는 비디오관람일 수밖에 없다.
※‘단도박 친목모임’=서울(02)295-1728ㆍ522-8483, 대구(053)768-1832, 광주(062)529-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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