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죽은 후 자식들로부터 엄마는 참 구질구질한 것도 많이 끼고 살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꼭 필요한 것만 남겨야지 싶지만 그 한계가 모호합니다. 그래서 애써 정리를 하고 나면 더욱 개운치가 않아요. 전집을 낸다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소설계에 우람한 거목으로 자리한 박완서(엘리사벳·63·서울 오금동본당)씨의 소설 전집(1·2·3)이 도서출판 세계사에서 출판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번에 출판된 「박완서 소설전집」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출세주의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분단의 상처에 대한 천착, 여성해방의 올바른 방법에 대한 질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폭의 소설세계를 펼쳐온 박완서씨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박완서 소설전집」 제1권 「휘청거리는 오후」는 각기 삶의 방식이 다른 세 딸을 둔 집안의 조용한 몰락을 배경으로 어떤 것들이 보통으로 사는 사람의 생활과 양심의 몰락을 초래하는가를 보여준다.
제2·3권 「도시의 흉년」은 전후 물질적 궁핍과 정신의 황폐함 사이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비정상적으로 사회에서 허술한 구조의 틈을 타 졸부가 된 가장과 그 가족이 겪어내는 모순의 삶이 쌍둥이 남녀 젊은이를 중심으로 펼쳐져 있다.
이번 소설전집 계기로 앞으로 “4권 「살아있는 날의 시작」과 5권 「욕망의 응달」을 출판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박완서씨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의 내 삶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좋은 결실을 맺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완서씨는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너무 세세하고 지엽적인 문제에는 능하나 본질적인 것에는 서툴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이 시대의 세세한 문제들이 독립된 상태로 개인의 삶과 전혀 무관하지 않고 오히려 끝없이 연관되어져 있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裸木)」이 당선되어 늦은 나이로 문단에 데뷔한 이래 정력적인 창작활동을 해온 박완서씨는 그 특유의 신랄한 시선으로 인간의 내밀한 갈등의 기미를 포착하여 삶의 진상을 드러내는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다.
한편 분단, 민족의 아픔, 여성문제 등 세인들의 삶속에 깊이 파고들어 보통사람들의 정서를 표현해온 소설가 박완서씨는 지난 3월19일부터 유니세프 친선대표로서 에티오피아를 방문하고 돌아와 요즘 굶어죽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어 화제를 모으기도.
“에티오피아에 가기 전에는 우리나라도 불우한 어린이들이 많은데 다른 나라까지 신경을 써야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토로하는 박완서씨는 “그러나 다른 것이 아니라 먹을 것이 없어 아사(餓死)직전에 있는 아이들을 구하는 것에는 민족을 초월해야 할 것”이라고 호소한다.
출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