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악계의 거장, 첼로연주의 신개척자였던 전봉초(그레고리오·75세)씨가 악단생활 50주년을 기념하는 연주회를 5월27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가졌다.
‘청중에게 드리는 마지막 고해성사’인 이번 연주회에서 전씨는 성모의 달에 걸맞게 ‘아베마리아’를 첫 곡으로 선사했으며 맨 마지막에도 부르흐의 ‘신의 날’을 연주, 종교적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이제 나이가 드니 음악가라기보다는 인간으로서 한계에 도달했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이번 연주회를 통해 저의 음악생애를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일생동안 이만큼 밖에 음악공부를 하지 못했습니다 하는 진실된 고백을 청중들에게 음악으로 들려주자는 것이지요. 아무리 미흡하다 하더라도 자신이 공부한 것을 발표하는 것은 음악가의 당연한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1943년 동경제국음악대학 재학 시 요미우리신문사 주최 전일본 신인선발 음악회에 참가한 후 본격적인 음악활동에 들어간 전씨는 평생 스무 회가 넘는 독주회를 가졌지만 만족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또한 중 3때 시작한 첼로지만 “더 어릴 적에 공부를 시작했었으면”하는 아쉬움도 함께 따라다녔다.
“제가 첼로를 공부했을 당시에만 해도 첼로라는 악기가 아주 희귀했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자긍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실력에 비해 연주활동도 많이 하고 총애도 듬뿍 받은 것 같아요”
교향악단에 평생을 바쳐온 전씨는 첼로의 선봉답게 한국 초연을 주로 맡아왔다. 또한 세계무대에 한국음악을 소개하고 세계 음악의 흐름과 양상을 한국에 가져와 국내 음악계가 보다 새롭고 넓은 눈을 가지도록 힘쓰기도 했다.
1백회 이상의 시향, KBS교향악단과의 협연, 서울 트리오와 ‘바로크합주단’을 창단했으며 서울대에 실내악 강의를 처음으로 개설, 강의를 맡았던 것, 양악연주뿐 아니라 국악연구에도 관심을 가져 서울대에 동양음악 연구소를 설립했던 일 등 왕성한 연주활동과 후진양성으로 전씨는 음악과 인생의 찬란한 금자탑을 쌓았다.
특히 서울대 음대 학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전씨는 “무엇보다 국내 첼리스트의 80%가 제자”라는 사실에 가장 긍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들 제자 중 48명은 지난 84년 3월 전씨의 정년퇴임시에 동양 최초의 첼로 오케스트라를 조직,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는 음악회를 마련하기도 했다.
“한국 양악의 여명기에 선두주자는 못 되고 그 다음 주자로서 바통을 이어받아 열심히 청중들에게 보여줬다는 사실은 저 스스로도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욕심은 없습니다”
지난 천주교 2백주년 기념행사 때 가톨릭 오케스트라를 이끌기도 했던 전씨는 현재 반포본당 실내악단 지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음악연주가로서는 처음으로 예총회장을 역임한 전씨는 제 13~14대 한국 음악협회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으며 5월 문예상본당,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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