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6,14-15)
예수께서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내 보이려고 하는 거짓 덕성(德性)을 증오하면서 위세를 떨치는 부와 의인행세와 명예를 좇는 탐욕을 저주하셨다. 이와 같은 악덕을 예수께서는 위선이라고 규정하셨고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바로 이러한 위선자들이라고 질타하셨다.
그들은 겸손한 태도로 하느님을 경외하면 그 대가로 재산과 명예와 건강을 누릴 수 있다(잠언 22,4)는 성서말씀과 율법을 성실히 지키면 도시에서도 복을 받고 시골에서도 복을 받을 것이며 몸의 소생, 밭의 소출, 모든 가축과 그 새끼들까지 복을 받고 광주리와 반죽그릇이 복으로 가득 찰 것이다(신명 28,2 이하)라고 한 말씀을 순수 세속적으로 받아 들였다.
그리고 이 말씀을 자기들 편리한 대로 해석하여 부를 누리고 명예롭게 살며 오래오래 사는 것을 자기들이 하느님 앞에 의롭게 살기 때문이라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예수께서는 그들의 이러한 잘못된 구원론을 고쳐 주시려고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다”고 하셨고 “너희들 바리사이파 사람들, 너희는 부자이니 불행하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하느님 앞에서가 아니고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기도를 오래하면서 뒤에서는 과부들의 재산을 몽땅 삼켜 버리는 자들이었다(마태 23,14 : 루카 20,47). 구약의 진짜 의인의 기도를 들어보라 : “당신께 두 가지만 간청하옵니다. 허황된 거짓말을 하지 않게 해 주옵시고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마옵소서. 먹고 살 만큼만 주옵소서. 너무 배불러서 ‘하느님이 다 뭐냐’라고 하며 배은망덕하지 않게, 너무 가난해서 도둑질하지 않게 하옵소서. 하느님 이름을 더럽힐까 무섭습니다”(잠언 30,7-9).
예수께서도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소서’라고 기도하도록 가르치면서 ‘마음으로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라고 가르치셨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가난뱅이란 죄인들이 받는 벌이라고 저주하면서 자기들의 부요함을 공격하는 자는 곧바로 율법에 대한 충성심을 비난하는 것이며 자기들의 경건한 신심을 모독하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그리스도의 청빈행복(淸貧幸福) 사상이 그리스도교의 행복론으로 교리화한 이후에도 유대아교에는 부장수(富長壽) 행복사상은 여전히 남아 있었고 그것은 오늘날까지도 세속의 인생철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요카난이란 랍비는 ‘몸의 지체는 마음에 종속되어 있고 마음은 돈주머니에 종속되어 있다’라고 개탄한 기사가 있다.
동양의 서경(書經)에서 치세(治世)원칙으로 찬양하는 홍범구주(洪範九疇)는 인생의 흉한 것을 단절(短折, 오래 살지 못함) 질병, 우환, 빈곤, 혐오, 취약을 꼽았고 오복에는 역시 부와 장수가 들어있다. 이것을 오복육극(五福六極)이라 하거니와 오복을 추구하고 육극을 피하려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 할 수 있어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런데 예수께서 나무라시는 것은 사람이 부와 명예에 전적으로 매달려 사는 것과, 부와 명예가 마치 의인의 표인양 견강부회(牽强附會)적인 억지 논법을 구사하면서 사람들 앞에 열심한척 위선을 부리는 것이었다. 예수 자신이 복음전파에만 전심하고 부와 명예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셨다(루가8, 1이하). 그리고 부와 명예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라는 뜻으로 가난하고 무시당하는 사람들을 축복하셨다.
그러니 돈을 좋아하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를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 ‘네 하느님이 어디 있느냐? 네 하느님이 어찌 되었느냐?’(시편 42,3,10)라고 믿는 사람들을 비웃는 세속 사람들이 바로 이 바리사이파 사람들이다.
그러나 예수의 가르침은 이러하다. ‘너희는 옳은 체 하며 떠받들리기를 좋아하지만 하느님은 너희를 가증스럽게 보신다’ 사도 야고보는 이 가르침을 풀어서 ‘가난한 형제는 하느님께서 높여 주시는 것을 기뻐하고 부요한 형제는 하느님께서 낮추어 주시는 것을 기뻐하십시오. 아무리 부요해도 들에 핀 꽃처럼 결국은 시들고 맙니다. 부자도 돈벌이에 골몰하다가 죽어 버리고 맙니다.’ (야고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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