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에 떼르뚤리아누스의 신학사상을 계속 살펴보도록 하자.
신학과 법
떼르뚤리아누스 자신이 변호사였던 관계로 그의 논리주장은 철학 사변적이기보다는 법률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집권자들인 박해자들에게는 법의 정의에 따를 것을 호소하며, 명백한 법과 규정이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이를 반대하는 이단자들과는 논쟁하는 것 자체가 무익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법의 개념은 그의 신학사상을 이해하는 데에 기본열쇠가 된다. 하느님은 법의 제정자이시며, 법에 따라 심판하시는 분이시다. 그리고 ‘복음은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법’(일부일처론 8)이기 때문에, 이 법을 어기는 것은 죄가 된다고 설파한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고 그분께 의합한 일을 하는 것은 선행과 공로가 되는데, 하느님께서 그것을 명하셨기 때문이다.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 최고 입법자이시며 심판관이신 하느님께 대한 경외심은 구원의 보증이 된다고 한다. 그는 교회 가르침의 핵심은 ‘사도신경’을 신앙의 규범(Regula fidei) 또는 신앙의 법(Lex fidei)이라고 부르면서 성삼에 대한 확고한 신앙을 고백하고 있다. ‘쁘락세안 반론’ 2장, ‘이단자 규정론’ 13~14장 그 외 여러 곳에서 언급하는 ‘사도신경’은 3세기 초 로마에서 편집된 ‘사도전승’에 나오는 내용과 매우 유사하며, 서로의 연관성을 엿볼 수 있다.
성삼론과 그리스도론
떼르뚤리아누스가 이룩한 신학적 공헌은 특히 성삼론과 그리스도론 분야에 있다. 그는 ‘성삼’(Trinitas)이란 용어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존재를 ‘위격’(Persona)이란 이름으로 부른 첫 번째 교부이다. “같은 하나의 신성을 지니신 성삼은 곧 성부, 성자, 성령”(수치론 21)이시며, “삼위는 하나의 본체와 하나의 신원(身元)과 하나의 능력을 지니고 계신다”(수치론 2)고 설파함으로써, 성삼 안에 하나의 신적 본성과 세 위격이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그는 ‘양태론’또는 ‘성부 수난설’을 주장하는 쁘락세안을 논박하면서 성삼위의 성서적 근거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성삼이란 숫자가 순수한 단일성과 연결되지 않는 양 아직도 너에게 걸림돌이 된다면, 유일하고 단일한 분께서 ‘사람을 우리의 모상과 유사함에 따라 만들자’(창세 1,26)하고 복수(複數)로 말하셨는지 그 까닭을 묻겠다. 유일하고 단일한 분이시라면 ‘사람을 내 모상과 유사함에 따라 만들겠다’고 말씀하셔야 하지 않았겠는가? 또 이어서 나오는 구절에서, ‘이제 이 사람이 우리들 중에 하나처럼 되었다’(창세 3,22)고 하는데, 유일하고 단일한 분이심에도 불구하고 복수로 말씀하셨다면, 우리를 속이고 있거나 희롱하고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성자를 인정하지 않는 유다인들이 해설하는 것처럼 그분이 천사들에게 이 말씀을 하셨단 말인가? 아니면, 말씀하신 분 자신이 동시에 성부이며 성자이며 성령이셨기 때문에 자신을 복수로 표현하시면서 자기 자신에게 말씀하셨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그분 곁에 계셨던 분들은 그분의 ‘말씀’이신 제2위 성자와, 그 ‘말씀’ 안에 계신 제3위 성령이셨기 때문에 ‘만들자’, ‘우리의’, ‘우리들 중에’ 등 복수로 말씀하신 것이다. 그분께서 누구와 함께 그리고 누구와 비슷하게 인간을 만드셨겠는가? 그분은 장차 인간을 입게 되실 성자와, 인간을 장차 성화시키실 성령에게 말씀하고 계셨으며, 성삼의 일치에서 나온 봉사자들과 중제자들과 더불어 말씀하셨던 것이다”(쁘락세안 12). 또 그는 그리스도론에서 하나의 위격 안에 두 개의 본성 즉 신성과 인성이 결합되어 있다고 명확히 설파하였다. 이러한 그의 성삼론과 그리스도론은 ‘종속론’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약점은 있지만, 후대의 신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을 뿐 아니라, 니체아 공의회(325년)와 칼체론 공의회(451년)의 교의 결정에 기초가 되었다.
교회론과 죄사함
떼르뚤리아누스는 교회를 “어머니이며 주인인 교회”라고 부름으로써 교회가 지닌 품위와, 교회에 대한 관심과 사랑과 존경을 드러낸다. 한 분의 아버지이신 하느님이 있듯이 한분의 어머니인 교회가 있다는 것이다. 교회는 신앙의 그릇이며 진리의 수호자이며, 교회만이 진리를 전수하고 성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단자들은 교회에 머무를 수도 없고 성서도 지닐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수치론’에서, 아담과 하와의 관계를 그리스도와 교회의 관계에 비유하여 설명하는데, 아담이 잠든 뒤 그의 옆구리 갈비를 통하여 하와가 창조되었듯이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옆구리 상처에서 교회가 탄생되었다고 한다. 한편 ‘통회론’에서 그는 교회가 죄사함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전통을 확인하면서, 죄사함의 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교회로부터 파문(破門)을 받은 신자는 먼저 개인적인 회개와 보속을 하면서, 신자공동체 앞에서 직접 자기 죄를 공개적으로 고백해야 한다. 그리고 그는 주교와 신자들 앞에 엎드려 자기를 위해 기도해 주기를 간청한다. 이때부터 그는 참회자로 분류되어 보속을 해야 하며, 공적으로 화해(和解)가 선포될 때까지 교회의 전례에 참석할 수 없다. 파문받은 사람의 이러한 참회 절차는 떼르뚤리아누스가 창안해낸 것이 아니라 당시 교회에서 실시되고 있던 관례를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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