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광고가 과속과 교통사고를 부추긴다.
무분별한 광고가 국민의 정서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일상 언어가 광고의 카피에 영향을 받고 있고, 옷 스타일 역시 광고의 영향이 막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TV 광고가 미치는 영향이 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자동차 광고의 대부분이 차의 안정성보다는 ‘힘과 빠르기’만을 강조하고 있어 안전운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방에서 TV 화면을 통해 쏟아 부어지는 자동차 광고들 가운데 상당부분이 ‘공격형 운전자 양성 교육기관’으로 시청자들에게 비춰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의 자동차 광고가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을 지나 헬기와 경쟁하더니, 그것도 모자라 전투기와 경쟁을 하고 있고 내리막길에서도 1백50km를 넘나드는 살인운전을 감행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무의식속에 과속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심어주고 있다고 녹색교통운동(상임대표 정윤광)의 5월 창간준비호에 의해 지적됐다.
녹색교통운동 부설 교통정책연구소 소장 임삼진씨는 “이런 광고를 하는 광고주나 광고 제작자들이 ‘빠르면 빠를수록, 힘이 세면 셀수록, 스릴은 짜릿할수록 좋다’는 정복자의 철학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자동차는 사람을 위한 것이고, 사람이 자동차를 위해 복종할 수 없다는 기본 전제아래 자동차 광고 역시 사람 중심의 광고로 전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자동차 광고는 결국 보행자들과 성능이 낮은 정확하게 표현하면 안전운전을 하는 운전자들을 깔보고 무시하도록 하며, 정복자의 의기양양함을 과시하도록 부추긴다는 것이 교통문제를 연구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의견이다.
이들은 또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공격형 운전자의 ‘멋들어진’모습을 자동차 전시장이나 카 레이서들의 교육장이 아닌 안방에서 매일 수없이 반복적으로 주입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아무런 제약 없이 이 광고를 보는 청소년들이나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은 자못 우려스럽다”고 걱정한다.
결국 이들 광고는 많은 운전자들과 청소년들의 의식 속에 안전을 외면하고 공격형 운전을 유발하는 잠재의식을 형성한다. 또 이들은 자연스럽게 교통에 대한 왜곡된 상을 갖게 되고, 자신의 난폭 운행을 ‘운전실력’이나 ‘차의 성능’으로 돌리고 불법을 정당화시키는 심리적 근거로 악용되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광고계에서는 “광고주들의 요구가 이러한 광고를 원한다”고 전제하고 “경쟁사와의 광고에 대응하다 보니까 어쩔 수 없다는 것” 등의 궁색한 변명 정도였다.
“담배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해악이 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선전은 소비자들에게 무제한적으로 광고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교통관계 시민모임 관계자들은 “담배 광고에 경고문안이 꼭 들어가야 하듯 자동차 광고에도 경고문안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공격형 자동차 광고가 운전자들의 의식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중요한 사실을 직시해 자동차 제작사들은 자동차의 견고함이나 안전도, 고장, 연비 등을 감안, 광고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녹색교통운동을 포함 한국교통장애인협회 등에서는 자동차 광고 금지를 위한 범국민적 캠페인을 벌일 예정으로 알려져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교통사고의 왕국, 이러한 누명을 벗기 위해서도 자동차 광고 내용은 안전주행, 보행자 보호, 환경위주 등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올바른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범국민적인 캠페인을 벌여야할 것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아무리 상품을 팔겠다는 의지도 좋지만 공익성을 무시한다면 그 광고가 어찌 소비자나 다른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공익성을 무시하는 광고는 그 광고만이 아니라 상품까지 외면당하는 평범한 진리를 광고주와 소비자 모두가 인식해야 할 것으로 촉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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